檢·특검 대면조사, 靑압수수색 거부 비판…민간인으로 법의 심판대에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현혜란 김예나 기자 = 헌법재판소가 1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서 검찰과 특별검사 수사를 거부한 점을 언급하며 일침을 가해 눈길을 끈다.
박 전 대통령이 중대한 헌법적, 법률적 위반 행위를 의심받는 상황에서도 진상 규명 협조를 극구 회피한 게 결국 '파면'의 중대 요소가 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이날 선고에서 탄핵 사유 등을 열거한 뒤 마지막 부분에 "피청구인이 대국민 담화에서 진상 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했으나 정작 검찰과 특검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청와대 압수수색도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소추 사유와 관련한 피청구인의 일련의 언행을 보면 법 위배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헌법 수호 의지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의 수사 거부 행태가 부메랑이 돼 헌재의 탄핵심판에도 영향을 미친 셈이다.
박 전 대통령은 작년 10월 JTBC가 청와대 기밀문서가 저장된 '태블릿PC'를 공개하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이 일파만파 번지자 긴급 대국민 담화를 자처해 "진상과 책임을 규명하는데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비서실과 경호실에도 검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도록 지시했다.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후 박 전 대통령은 국민과의 '공개 약속'과는 반대로 갔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박 전 대통령이 '비선 실세' 최순실(61)씨의 수익 추구 지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강제 모금 등 다양한 범죄 혐의가 드러났다며 여러 차례 대면 조사를 요구했으나 이를 거부했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은 검찰 수사를 "상상과 억측으로 지은 집"이라며 수사 결과 자체를 부정하기도 했다.
작년 12∼2월 총 90일간 진행된 특검 수사에서도 박 전 대통령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검찰 조사를 거부하면서 특검 대면 조사 요청에는 응하겠다고 했으나 그 약속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이 수사 협조 지시를 했다는 대상인 청와대 비서실과 경호실은 청와대 압수수색 저지의 최일선에 섰다. 검찰의 청와대 경내 압수수색은 무산됐고, 특검은 법적 소송까지 제기한 끝에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포기했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한 작년 10월부터 특검 수사가 끝난 올 2월 말까지 5달간 박 전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의 '성역'으로 존재한 셈이다. 박 전 대통령이 헌법상 '불소추 특권'을 오·남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거셌다.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의 이러한 행태가 국민 신임을 배반한 것은 물론 '법 위의 법'인 헌법을 스스로 무력화했다는 결론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이 권한대행이 선고 초반 "헌법은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의 존립 근거이고 국민은 그러한 헌법을 만들어 내는 힘의 원천"이라고 밝힌 것도 이와 맥이 닿는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측의 검찰·특검 수사 거부 역시 탄핵심판 청구 인용에 일부 참작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짚었다.
박 전 대통령은 끝내 헌재에 의해 파면됨으로써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마저 사라진 민간인 신분으로 다시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할 처지가 됐다.
특검 수사 종료로 재구성된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박 전 대통령의 대면조사를 재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이 어떤 '카드'를 내밀 수 있을지 주목된다. 법조계에서는 빠르면 이달 중, 늦어도 대선 직후에는 박 전 대통령의 '검찰청사 대면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lu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