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남부 한해 2천500여건…경찰 "무관용 원칙 엄정 대응"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1. 지난달 11일 오후 9시 45분께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의 길가에서 "누군가 주차된 차량을 부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경찰관들은 화분으로 차량을 내려치던 A(40)씨를 제지하고 나섰지만, 돌아온 것은 침 세례와 발길질이었다.
술에 취한 A씨는 "너희가 무슨 상관이냐"며 경찰관 얼굴에 두 차례 침을 뱉고, 발로 걷어차는 등 폭행했다.
그는 파출소로 붙잡혀 와 조사를 받으면서도 소란을 피운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나중에서야 "술에 취해 욱해서 그랬다. 죄송하다"고 뒤늦은 후회를 했다.
경찰은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A씨를 구속했다.
#2. 지난달 23일 오전 2시 50분께에는 안양시 동안구의 한 식당에서 만취한 B(49)씨가 업주에게 시비를 걸고 다른 손님들의 식사를 방해한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현장에 나간 경찰관들은 B씨에게 집으로 돌아갈 것을 권유했으나, 그는 행패를 멈추지 않았다.
B씨는 이어 "업무방해로 입건할 수 있다"는 경찰관의 말을 듣자마자 뺨을 후려치는 등 폭행을 가해 곧바로 체포됐다.
조사 결과 B씨는 최근 2년간 세 차례에 걸쳐 비슷한 범죄를 저지른 전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는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마음대로 하라'며 큰소리쳤다"며 "유치장에 갇힌 뒤에도 영장실질심사 출석을 거부하다 결국 구속됐다"고 전했다.
출동한 경찰관을 폭행하거나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퍼붓는 등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건 피의자들은 소위 '동네 조폭'으로 불리는 술꾼, 싸움꾼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가에 봉사하거나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직업을 가진 이들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되는 사례도 많다.
실제로 지난달 21일 광주에서 폭행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의 턱을 때리고 멱살을 잡아 흔든 육군 모 부대 소속 상근예비역이 붙잡혔다.
지난해 7월에는 전북 전주의 길가에서 술 취해 잠든 교사가 자신을 깨운 경찰관을 폭행, 갈비뼈를 부러뜨려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관내 공무집행방해(공집) 사건은 2014년 2천563건, 2015년 2천587건, 지난해 2천617건으로 해마다 2천500여 건씩 발생한다.
입건된 이들은 대부분 술에 취한 상태에서 범행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음 날 술이 깨면 "잘못했다"고 반성하는 식이다.
그러나 경찰은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경찰관을 상대로 한 공무집행방해 사건의 경우 발생 초기부터 형사가 현장에 출동해 증거를 확보, 구속영장을 적극적으로 신청하고 있다.
특히 공무원 상대 흉기 사용, 관공서 내 위험물건 휴대범행, 사망·중상해 등 중대피해 발생, 상습 공무집행방해 등은 강력팀이 전담하고, 범죄경력·신고내역 등을 면밀히 살펴 구속영장 신청을 원칙으로 한다.
그 결과 지난 3년간 경기 남부지역에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된 인원은 811명에 달한다.
경찰 관계자는 "공무집행방해에 대해서는 형사팀 출동, 구속수사, 손해배상청구 등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응하고 있다"며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k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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