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에 내달 7천481가구 입주…대전 전셋값 하락할 듯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대전 서구 둔산동 샘머리아파트에 사는 주부 박모(39)씨는 전세계약 만료 시점을 앞두고 이사할 집을 알아보다 깜짝 놀랐다.
자신이 거주하는 전용면적 84㎡(34평형) 아파트 전셋값이 2년 전 계약금(2억원)보다 6천만원이나 올랐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거래된 이 아파트(10층)의 전세 실거래가는 2억2천만원이었지만, 현재 시세는 2억5천만원으로 한 달 사이 3천만원이나 올랐다.
같은 지역 목련 아파트 전용면적 101㎡도 지난해 6월 3억원에서 시작해 6개월 만에 8천만원 상승했다.
인근 크로바아파트 101㎡(36평형)의 경우 지난달 신고된 실거래가는 4억3천500만원으로 2년 전(3억5천만원)보다 24%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대전 둔산동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세가가 고공 행진하면서 '깡통전세'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 부동산 114에 따르면 크로바아파트 전용면적 101㎡의 경우 지난달 거래된 물량의 매매가가 4억9천500만원으로,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87%에 달했다.
샘머리아파트 전용면적 84㎡ 아파트의 매매가는 2억7천만∼3억1천만원으로 전세가율이 80∼9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별다른 부동산 개발 호재가 없는 상황에서 이처럼 둔산동 일대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셋값이 갑자기 급등한 이유를 두고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일명 '갭투자'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갭투자는 투자 목적으로 전세를 끼고 집을 여러 채 매입하는 것을 말한다.
주로 전세가율이 높은 주택이나 상가나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을 공략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둔산동 지역은 학군이 좋고 학원가가 집중돼 있어 배후 수요가 충분한 데다 대전지역 아파트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어 투자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부동산 대책으로 인한 '풍선효과'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11·3 부동산 안정대책'의 하나로 인근 세종시가 청약 규제 조정지역으로 묶인 가운데, 저금리로 갈 곳 없는 유동자금이 대전지역 주택 시장으로 몰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투자 목적으로 사들인 갭투자 물건들은 전세 만기가 되면 다시 전세로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공급 물량이 많아지면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
실제 올해 대전과 가까운 세종시에 대규모 아파트 입주가 예정돼 있어 대전지역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세종시에 7천481가구의 대규모 입주를 앞두고 새롬동 A아파트 단지 전용면적 84㎡ 주택 전세 가격이 한 달 만에 5천만원이나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KB 국민은행 주택시장 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 6일 기준 세종지역 아파트 전셋값이 전주보다 0.07%나 떨어져 전국에서 하락률이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대전은 0.01%로 보합세를 기록했지만, 세종시 아파트 입주가 본격화되면 앞으로 하향 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서성권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입주 물량이 많아지면 투자자 뿐 아니라 실수요자도 세종시나 대전 도안신도시 등 거주환경이 더 나은 곳으로 옮기면서 전세 가격이 조정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 연구원은 이어 "올해 전국적으로도 입주 물량이 37만 가구가 넘는 등 지난해보다 26%나 증가한 데다 내년에는 42만 가구로 최대 규모로 예상되는 만큼 투자 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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