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 갈수록 나빠져"…식수 등 중금속중독 따른 백내장에 무게
(뉴욕=연합뉴스) 김화영 특파원 = 41세에 요절한 소설 '오만과 편견'의 여류작가 제인 오스틴(1775∼1817년)의 사인이 사후 200년이 되도록 풀리지 않는 가운데 금속중독 설이 등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영국 국립도서관(British Library)의 큐레이터인 산드라 터펜 박사는 9일(현지시간) 오스틴의 것으로 추정되는 안경 3개에 대한 분석 결과를 토대로 이런 주장을 폈다.
오스틴은 세상을 떠나면서 자신이 사용하던 작은 이동식 책상을 언니 카산드라에게 줬고, 이후 집안에서 물려 내려오다 1999년 이 도서관에 기증됐다.
안경들은 이 책상 속에서 발견됐다. 후손들은 오스틴의 것으로 알고 있다.
안과 전문의들이 렌즈 분석 결과, 오스틴은 원시였다. 독서, 글쓰기, 수놓기 등에서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안경은 또 저마다 도수(度數)가 달랐다. 오스틴의 시력이 해가 갈수록 나빠지면서 도수를 높였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오스틴이 말년에 시력으로 고생했다는 것은 그녀의 자필 편지에도 나타나 있지만, 시력악화를 초래한 건강 문제는 규명되지 않았다.
영국 검안전문의 사이먼 바너드 박사는 오스틴이 백내장을 앓았을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원인을 비소 같은 중금속 중독으로 돌렸다.
오스틴이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중금속에 중독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터펜 박사는 미 일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비소는 19세기 영국에서 약품, 식수, 심지어는 벽지에도 들어 있었다며 "자신도 모르게 중독되는 일이 당시 흔했다"고 말했다.
당뇨병일 가능성도 있지만, 당시 당뇨병은 안경도수를 서서히 높일 수 있는 시간조차 허용하지 않을 만큼 치명적이어서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이다.
오스틴의 사인에 대해서는 암, 애디슨병, 결핵, 호르몬 불균형, 살균되지 않은 우유를 장기간 마신 데 따른 합병증 등 지금도 주장이 분분하다.
그러나 미 텍사스대학의 '오스틴 연구' 전문가인 재닌 바처스 박사는 "지나친 비약"이라며 금속중독 설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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