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비용 탓에 불법 처리…현지 어린이 건강 위협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의 폐전자제품이 불법적으로 아프리카의 쓰레기 처리장에 버려지면서 현지 어린이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고 호주 언론이 11일 보도했다.
호주 공영 ABC 방송은 본래 재활용 처리장으로 옮겨져 처리돼야 할 컴퓨터를 포함한 폐전자제품이 서부 아프리카 가나에서 발견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방송에 따르면 전자제품 투기장으로 악명 높은 가나 수도 아크라 인근 아그보그블로시 처리장에서는 어린이들이 서방에서 흘러온 폐전자제품을 분해, 일부 부품을 불태운 뒤 녹아내린 값나가는 금속을 손에 넣고 있다.
이곳에서는 호주의 한 은행이 쓰던 컴퓨터가 발견됐으며, 이는 은행 측이 재활용업체에 보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재활용업체들로서는 고쳐서 쓸 수 없는 컴퓨터를 합법적으로 처리하려면 비용이 많이 드는 만큼 이처럼 아프리카로 보내버리는 값싼 처리 방법을 찾고 있는 셈이다.
호주의 가전제품 재활용업자 조디 질은 이 방송에 "아프리카에서 폐가전제품 한 컨테이너당 최고 2만 호주달러(1천740만원)를 제안하는 이메일을 종종 받고 있다"고 이 방송에 말했다.
가나 환경관계자들은 호주를 포함해 선진국에서 매월 500 컨테이너 이상의 전자제품 쓰레기가 들어오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호주에서 더 많이 들어오고 있으며, 현재 매월 3 컨테이너 분량이 오고 있다.
이처럼 선진국 폐전자제품이 가나로 흘러가면서 쓰레기 투기장에서 이를 다루는 현지 어린이들은 생명을 위협받을 정도의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이들에게서 아물지 않은 상처나 피부병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가나 언론인인 마이크 아난은 "아이들로부터 '달릴 수 없고, 축구도 할 수 없어요. 심장이 정상보다 빨리 뛰는 식으로 문제가 있고, 항상 머리가 아파요'라는 말을 듣는다"라고 말했다. 이 아이들이 20살까지 살기는 어렵다는 것이 아난의 설명이다.
파손되거나 불필요하게 된 컴퓨터들을 위험한 쓰레기로 분류돼 호주 밖으로 실어내는 것은 비도덕적인 행위를 넘어선 불법이다.
따라서 호주 폐전자제품이 가나에서 발견되는 것은 호주의 폐전자제품 처리와 관련한 규정이나 실제 이행 여부에도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방송은 전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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