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m 높이 영종대교 위 열차 안에서 승객들 '안절부절'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인천국제공항역으로 향하던 KTX 열차가 바다에서 35m 높이의 인천 영종대교에서 갑자기 멈추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승객 50여 명은 바다 위 대교에 멈춰선 열차 안에서 1시간 넘게 오도 가도 못하며 비행기를 놓칠까 노심초사했다.
코레일에 따르면 11일 오전 7시 51분께 대전발 KTX 열차가 인천시 중구 영종대교 위에서 '덜컹' 멈춰 섰다. 인천공항을 불과 16km 남긴 지점이었다.
20량짜리 열차에 타고 있던 승객 57명은 2층 구조의 영종대교 하층부에 있는 철도에서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며 운행이 재개되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열차 내에서는 "갑작스러운 고장으로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고, 승무원이 객차를 돌며 상황을 설명했다.
승객들은 초조하게 비행기 탑승 시각을 확인하거나 가족이나 지인에게 전화를 걸며 발을 동동 굴렀다. 열차가 다리 위에서 갑자기 멈춘 터라 다른 교통수단으로 갈아탈 수도 없었다.
기관사가 코레일 관제실의 기술 지원을 받아 열차를 다시 움직이려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사고 1시간 17분 만인 오전 9시 8분께 겨우 자력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된 열차는 후진해서 인천시 서구 검암역 승차장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승객들은 열차가 멈춘 지 1시간 30여 분 만인 오전 9시 26분께 인천시 서구 검암역에 도착할 때까지 두려움과 초조함에 떨어야 했다.
한 공항철도 승객은 "즐겁게 여행을 가려고 했는데 비행기를 놓쳤다. 수백 명이 공항철도에서 내린 청라국제도시역은 아수라장이었다. 택시 잡기도 힘들었다. 지금 인천공항에서 화난 마음을 계속 억누르면서 앉아있다"며 인터넷에 불만의 글을 올렸다.
실제 인천공항공사에는 해외여행객 16명이 이날 사고로 비행기를 놓쳤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코레일은 이들에게 숙박비와 교통비 등 지연 보상금을 지급하고 항공사와 협의해 최대한 빠른 항공편을 제공할 방침이다.
코레일은 KTX 기관차의 동력장치 고장으로 갑자기 열차 제동장치가 작동하며 멈춰선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코레일 측은 사고 열차를 고양 차량기지로 옮기고 정밀점검을 벌여 사고 원인을 밝힐 계획이다.
cham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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