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이용훈 대법원장 임명…여성 두번째·소장 대행 두번
박한철 전 소장 퇴임 후 탄핵심판 좌장…'8인 체제' 선고 이끌어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이정미(55·사법연수원 16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3일 퇴임식을 하고 6년간의 헌법재판관 임기를 끝낸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첫 사례로 기록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 재판에서 전원 일치 파면 결정을 이끈 지 불과 3일 만이다.
8명 가운데 유일한 여성 재판관인 이 대행은 1월31일 박한철 전 헌재소장의 퇴임으로 좌장 역할을 맡으며 탄핵심판을 진두지휘했다.
그는 재판관 중 가장 어리고 사법연수원 기수도 늦다. 하지만 부드러우면서도 때론 과감한 지휘로 헌재 '8인 체제'에서의 선고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대행은 법원 판사 시절 그렇게 널리 알려진 편은 아니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에 남들 앞에 튀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사회적 약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판결을 내렸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조용하면서도 항상 검소하고 겸손한 스타일이었다"며 "우리 사회 소수자들을 위한 판결에 힘썼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기억했다.
사법연수원 교수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거쳐 고법 부장판사로 승진했으며,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이어 대전고법 부장판사 시절인 2011년 3월14일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의 지명으로 헌법재판관이 됐다.
여성으로는 전효숙 전 재판관에 이어 두 번째였지만, 이 대행은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 당시 언론 인터뷰 등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2014년 12월 선고한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의 주심을 맡았고, '김영란법'이라 불리는 부정청탁금지법, 국회 선진화법 등 주요 사건에서 대체로 다수 의견을 냈다.
그러나 위헌 결정이 난 간통죄에 대해서는 "간통은 성적 자기결정권의 보호영역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합헌이라는 소수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 대행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이 헌재로 넘어오면서 운명을 쥔 재판관 중 1명으로 관심을 받았다.
이어 1월31일 박 전 소장 퇴임으로 권한대행을 맡으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2013년에 이어 두 차례 소장 권한대행만 하는 진기록도 남겼다.
박 전 소장의 5기 헌재 재판부는 정당해산심판과 탄핵심판을 모두 처리한 유일한 재판부라는 기록도 추가했다.
선고가 임박하면서는 매일 출퇴근길 카메라 플래시의 주인공이 됐다.
선고 당일에는 더욱 유명해졌다.
이날 깜빡 잊고 '헤어롤' 2개를 머리에 꽂고 출근한 것이다. 탄핵심판에 집중하느라 손수 머리를 했는데, 이를 빼놓지 않고 차에서 내린 탓이다.
이 대행은 직접 결정문을 낭독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을 결정하면서 '헤어롤'은 인터넷 등에서도 더욱 화제가 됐다.
AP통신 등 외신도 이를 소개하며 "한국에서는 자주 여성의 외모로 농담한다"며 "그러나 우스워 보일 수 있는 이 모습을 지적하지 않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제 퇴임식만을 남겨 둔 이 대행은 앞으로 대한민국이 가야 할 화합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 파면 결정에 재판관 8대 0의 의미를 담아 이번 탄핵심판으로 갈라졌던 국론이 이제는 통합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행은 결정문에서도 "더 이상의 국론분열과 혼란을 종식시키고, 화합과 치유의 길로 나아가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며 "어떤 경우에도 법치주의는 흔들려서는 안 될 우리 모두가 함께 지켜 가야 할 가치"라고 말한 바 있다.
taejong75@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