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김정남 암살 한 달 쿠알라룸푸르 공항, 일상 속 긴장감 여전

입력 2017-03-12 09:26  

[르포] 김정남 암살 한 달 쿠알라룸푸르 공항, 일상 속 긴장감 여전

"수사중 사건 말할 수없다" 모두 입조심…공연 개최 등 행사도 개최

(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11일 오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한 달 전 맹독성 신경작용제 'VX'에 독살당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2의 3층 출국장.

출국장은 첩보 영화에서 나올 법한 VX 독살이 벌어진 현장으로 믿기 어려울 정도로 평온한 모습이었다.

김정남이 베트남인 도안 티 흐엉(29)과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25) 등 두 여성의 습격을 받은 에어아시아 셀프 체크인 카운터 부근에서는 테러가 일어난 걸 알리는 표시를 찾아볼 수 없었다.

셀프 발권을 하려는 승객들만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마카오행 에어아시아 항공편 체크인 카운터 앞에 있는 셀프 체크인 카운터 옆에서는 쿠알라룸푸르 인근 페락 다룰 리주안 주(州)가 관광객 유치를 위한 공연을 하고 있었다.

공연 무용수들과 함께 춤을 춘 중국 관광객 류(劉·31)모씨는 귀국하러 공항에 왔다가 공연을 보고 합류했다며 부근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는지는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인근 커피전문점에도 음료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손님들로 넘쳐났다.

종업원 하리다(22·여)씨는 암살을 직접 목격하지는 못했지만 들어 알고 있다면서도 습격 장소 부근 소독이 완료된 데다 한 달 동안 추가 테러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제선 출국장 입구에서는 에어아시아 직원과 공항 경비요원들이 여권과 항공권 등을 이중삼중으로 꼼꼼히 점검하는 등 긴장감이 엿보였다.

김정남이 피습후 찾았던 공항 내 기관의 직원들도 기자를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정남이 습격 직후 도움을 요청한 공항 안내데스크의 직원은 규정상 사건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다며 경찰에 문의하라고 말했다.

공항 2층으로 내려가 경찰서를 찾았지만,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같은 층에 있는 므나라(Menara) 공항 진료소 직원 역시 언론 취재에 응해서는 안 된다고 지시받았다고 답했다.

다만 이 직원은 VX 오염이 우려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근무자 10여 명 모두 검사받았지만, 특별한 증상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소독이 완벽하게 이뤄져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진료소 밖에서 대기하던 구급차 이송 요원들은 20여 명의 직원 가운데 김정남 이송에 관여한 직원들이 모두 검사를 받았지만, 이상이 없었다고 전했다.

일부 요원은 김정남이 맹독성 VX 공격을 받고 공항 1∼3층을 이동했는데 어디도 오염되지 않은 것이 의아하긴 하지만, 추가 부상자가 없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정남은 지난달 13일 출국장에서 셀프 발권을 하려다가 흐엉과 아이샤에게 공격을 받은 뒤 공항 진료소를 거쳐 대형 병원으로 이송되던 도중 사망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지난달 24일 'VX'로 불리는 신경 작용제 '에틸 S-2-디이소프로필아미노에틸 메틸포스포노티올레이트'가 김정남의 시신 얼굴에서 검출됐다고 밝혔다.







harris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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