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 일본 정치권에서는 요즘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지사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부인 아키에 여사가 연루된 오사카(大阪) 학교법인 스캔들과 '실언' 측근 낙마 등으로 야권의 집중 공격을 받는 상황에서 고이케 지사는 독자 세력화 작업에 속도를 내기 때문이다.
12일 NHK 등에 따르면 고이케 지사는 이달 중에 자신이 설립한 정치인양성소 '희망의 주쿠(塾)'에 도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정 과제를 연구하는 공부 모임을 설치하기로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오는 7월 열리는 도쿄도의회 선거 후 실시될 차기 중·참의원 선거를 겨냥한 행보로 보고 있다. 공부 모임을 통해 '친고이케' 후보를 양성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미 고이케 지사는 자신이 이끄는 정당인 '도민우선회'에서 42개 선거구에 모두 후보를 내기로 했다. 후보는 '희망의 주쿠' 출신을 중심으로 한다.
여기에 고이케 지사는 연립여당인 공명당과 도의회 선거에서 공조하기로 했다. 이미 공명당은 도쿄도정에서 자민당과 이견이 많아 고이케 지사와 정책 공조를 하는 상황이다.
공명당은 자당 후보를 내는 아라카와(荒川)구 선거구를 제외한 전 선거구에서 고이케 지사측 후보를 지지할 방침이다. 대신 고이케측은 아라카와구 선거구에서 공명당 후보를 지지하게 된다.
고이케 지사의 이런 활발한 활동에 자민당의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은 기자들에게 "차기 중의원 선거에 다소 영향은 있을 수 있다"면서도 더 언급은 피했다.
다만 도쿄를 지역구로 둔 중의원 의원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도쿄에는 중의원 선거구가 25개 있고, 이 가운데 22곳의 현역의원은 자민당 소속이다. 이들 사이에서는 "고이케 지사가 도민들의 높은 지지를 받는 만큼 자체 후보를 내면 선거 판도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경계하는 분위기다.
도쿄도정 운영에서는 고이케 지사를 지지하는 제1야당인 민진당도 도쿄도의회 선거에서는 오히려 직격탄을 받는 분위기다.
그렇지 않아도 각종 선거에서 참패를 거듭하는 상황에서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자민당과 고이케 지사의 협공이 예상되며, 출마를 포기하는 후보자도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포스트 아베'의 강력한 후보로 고이케 지사에 눈을 돌리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고이케 지사는 지난해 8월 도지사 선거에서 공천 문제로 자민당과 대치하다 독자 출마해 당이 공천한 후보를 꺾고 당선됐지만, 여전히 당적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고이케가 도쿄도지사를 넘어 총리직까지 차지하기는 일본의 극히 보수적인 정치·사회 문화상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쓰키지(築地)시장 이전 문제, 2020 도쿄올림픽 비용 과다 문제 등 도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종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는 그의 거침없는 행보에 대한 국민의 지지는 유례없이 강해 추이가 주목된다.
choina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