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前대통령, 파면 이틀만에 사실상 헌재판결 '불복선언'

입력 2017-03-12 21:41   수정 2017-03-12 21:46

박 前대통령, 파면 이틀만에 사실상 헌재판결 '불복선언'

1천476일만에 삼성동 사저복귀해 4문장 입장 발표

오후 7시16분께 靑떠나 30분 만에 사저 들어가

(서울=연합뉴스) 정윤섭 임주영 기자 = 헌법재판소의 탄핵안 인용결정으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12일 사실상의 불복 선언을 해 정치권에 일대 파란을 몰고 올 전망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헌재의 파면 결정 이후 이틀 만에 청와대 관저를 떠나 삼성동 사저로 돌아갔다. 2013년 2월 18대 대통령으로 청와대에 입성한 뒤 1천476일 만에 5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 퇴진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청와대 퇴거 시점은 삼성동 사저 정비 작업 때문에 13일 오전으로 예상됐으나 이날 오후 들어 사저 복귀를 더 미룰 이유가 없다는 방향으로 빠르게 정리됐다.

난방 공사 완료에 이어 도배가 마무리됐고, 이날 가재도구 등이 속속 삼성동 사저로 향한 가운데 임시 경호 시설도 완비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특히 야권에서 "청와대 관저를 빨리 떠나라"는 요구가 높아진 데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비등해졌다는 점도 박 전 대통령의 사저 복귀 결심을 앞당기는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이날 오후 5시40분 "오늘 저녁 박 전 대통령의 청와대가 퇴거가 확정적"이라고 전했고, 오후 6시에는 박 전 대통령이 30분 뒤 청와대를 출발한다고 공지했다.

박 전 대통령은 다만 경내 녹지원에서 청와대 수석 및 직원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느라 박 전 대통령의 출발 시간은 청와대가 예고한 시간보다 40분 가까이 지연됐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은 오후 7시16분께 '20오 8206' 에쿠스 차량을 타고 청와대 정문을 출발, 삼성동 사저로 이동했다. 카니발 차량 등을 포함해 6대가 박 전 대통령이 탑승한 에쿠스 뒤를 따랐고, 수행차량에는 허원제 정무수석, 배성례 홍보수석 등이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호위를 받고 출발한 차량은 20분 만인 오후 7시37분 삼성동 사저로 향하는 골목길에 도착했으며, 박 전 대통령은 오후 7시38분 차량에서 내려 마중나온 전직 청와대 참모, 친박(친박근혜) 의원들과 악수를 나눴다.

이 자리에는 서청원·최경환·윤상현·조원진·김진태·박대출·이우현·민경욱 의원 등 자유한국당 의원 8명과 이원종·이병기·허태열 전 비서실장 등 박 전 대통령을 보좌했던 전직 청와대 비서실장들, 김관용 경상북도지사 등이 함께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승용차에서 내려 이들을 보더니 "이렇게 와 주셔서 감사하다"고 밝혔고, 자신을 마중 나온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사저로 들어가기 전 눈가에 맺힌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헌재의 파면 결정 이후 별도의 입장 표명 없이 깊은 침묵을 지켜왔으나 사저로 들어가기에 앞서 "이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안고 가겠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박 전 대통령이 전한 메시지는 4줄짜리 문장에 불과했지만, '8대 0' 전원일치 결정을 마음 속으로 승복할 수 없다는 뜻을 담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러한 메시지를 던지고 박 전 대통령이 사저에 들어간 시간은 오후 7시45분께였다.

불명예 퇴진이라는 오점을 안고 4년여만에 청와대를 떠나 사저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30분에 불과했으나 향후 기나긴 법정 투쟁을 예고하는 사실상의 '불복선언'의 장이었던 셈이다.

jamin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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