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국방·재무·법무 '빅4' 부장관 인선 요원
"수십 년 만에 가장 느린 정권이양"…국정공백 우려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고미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두 달이 다 돼 가지만 정부 요직을 채우는 작업이 여전히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핵심 부처의 '넘버 2'인 부장관을 비롯해 정부 주요직 500여 석이 공석으로 남아있어 국정 공백 우려를 키우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에 따르면 현재 국무, 국방, 재무, 법무 등 국가안보나 경제와 관련된 '빅4' 부처의 부장관 인선이 모두 지연되고 있다.
로드 로젠스타인이 법무 부장관으로 최근 지명돼 지난주 상원 청문회를 한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3자리의 부장관은 하마평만 무성한 상태다.
국방 부장관의 경우 로버트 워크 부장관이 3개월간 잔류해달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을 받아 남았지만,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백악관 사이의 부장관 인선을 둘러싼 알력 탓에 새 부장관의 인선은 요원한 상황이라고 한다.
토드 리케츠 상무 부장관, 시마 버마 메디케어·메디케이드센터 국장, 일라이언 듀크 국토안보 부장관, 제프리 로젠 교통 부장관 등 일부만이 지명을 받아 인준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이러한 속도는 전임 대통령들에 비하면 매우 늦은 것이라는 게 CNN의 분석이다.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취임 당일 국무·국방 부장관을, 취임 엿새 뒤에는 법무 부장관을 각각 지명했다. 이들은 그해 3월12일 인준됐다. 재무 부장관은 5월초 지명돼 인준됐다.
조지 W.부시 전 대통령도 2월 중순 국방 부장관을 지명한 것을 비롯해 국무·재무 부장관은 3월8일, 법무 부장관 3월22일 각각 지명했다.
부처 부장관은 대통령의 국정 어젠다 수행과 관리에 필수적인 자리로 꼽히지만 트럼프 행정부 출범 두 달이 다되도록 각 부처가 부장관 대행체제 등으로 파행운영되면서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부장관 아래 요직 인선도 요원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500여 석 이상의 정부 요직에 대해 아직 지명조차 하지 않은 상태라고 NYT는 전했다.
지명을 마치고 상원 인준을 기다리고 있는 인원은 36명으로,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09년 취임 후 지명한 인원의 절반 수준이다. 오바마도 취임 초기 늑장 인선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지명에 앞서 수 주에서 길게는 두 달까지도 걸리는 후보 검증작업도 시작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NYT에 따르면 대통령 임명직 후보에 대한 재산검증을 진행하는 정부윤리청에는 지난 5일 기준 63명의 후보에 대한 재산공개 보고서가 접수됐다. 오바마 정부는 같은 기간 228명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같은 '늑장 인선'에 국정 공백 우려도 가중되고 있다.
1988년 이후 정권인수 작업에 참여해온 전 국무부 관리 니컬러스 번스는 "의심할 여지 없이 수십 년 만에 가장 느린 정권 이양"이라며 "아주 큰 실수다. 정권 이양 작업과 무관하게 세계는 계속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의료와 조세, 무역, 환경 규제 등 중요한 이슈를 갖고 씨름하는 동안 인선 지연으로 인해 정부의 중요한 권력 센터에 리더십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글로벌 영향력도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장관이 먼저 인준돼야 부장관도 임명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민주당의 인준 방해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CNN은 "트럼프 행정부는 여전히 정무직 2천여 명의 인선을 못한 채 공석으로 두고 있다"며 "대부분 상원 인준도 필요 없는 자리들"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인준 반대보다는 트럼프 정권의 국정운영 준비 자체가 부족한 게 문제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sh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