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서 "누가 배우겠냐"는 한국어, 제2외국어 만든 지한파의 힘

입력 2017-03-13 11:00   수정 2017-03-13 11:18

터키서 "누가 배우겠냐"는 한국어, 제2외국어 만든 지한파의 힘

초·중·고 교육과정에 한국어추가 '산파역' 앙카라대 괴크멘 교수

(앙카라=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처음 터키 교육부에 가서 제2외국어에 한국어를 추가해야 한다고 했더니 담당 공무원이 진지하게 묻습디다. '도대체 어떤 학생이 한국어를 배우려고 하겠느냐'고요."

최근 앙카라에서 열린 한국·터키 수교 60주년 기념 '한국문화의 날' 행사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난 에르탄 괴크멘(49) 앙카라대 교수(한국어문학과)는 5년 전 교육부 공무원과 면담을 돌아보며, 터키 내 한국어 위상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괴크멘 교수는 당시 터키 교육부 공무원에게 "한국의 발전 속도를 보라. 틀림없이 터키에서 한국어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고 장담했다고 한다.

한국어를 누가 배우려 하겠느냐던 터키 정부는 지난달, 한·터키 수교 60주년을 약 보름 앞두고 터키 초·중·고교에서 가르칠 수 있는 제2외국어에 한국어를 추가했다.

주터키 한국문화원 측은 괴크멘 교수를 위시한 한국어학자들의 끈질긴 노력이 이번 결정에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괴크멘 교수는 터키의 한국어문학과 1회 졸업생이자, 처음으로 배출된 한국어 석·박사다.

그가 한국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6·25 전쟁 참전용사인 외삼촌이다.

"제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외삼촌이 한국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처음엔 한국이 터키 도시 이름인 줄 알았고, 고등학생 때 외국이란 걸 알았죠."

고등학교 시절 본격적으로 한국에 관심을 둔 괴크멘 교수는 고교 졸업반 당시 신설된 앙카라대 한국어문학과로 진학했다. 학부 졸업 후 2년을 기다려 개설된 대학원에 입학했지만, 박사과정 중도에 대학원 프로그램이 폐지되는 우여곡절을 거쳐 10년만에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대학원을 마친 괴크멘 교수는 모교 강단에서 지금까지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한국어가 터키 학교에서 제2외국어로 뿌리 내리려면 한국 교육부·연구기관의 지원과 함께, 한국인의 인식 전환이 중요하다고 괴크멘 교수는 강조했다. 그가 만난 한국인 상당수가, 마치 5년 전 터키 공무원처럼 "외국인이 왜 한국어를 배우려 하겠느냐"고 반응했다 한다.

그는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교육해야 한다는 인식이 없으니 인력 양성이나 교재 개발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괴크멘 교수는 한국의 발전에 힘입어 터키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한국어 수요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확신의 이유는 이렇다.

"한국인은 교육에 열망이 강하고, 투자를 많이 합니다. 교육은 결국 발전과 성장으로 돌아옵니다."

tr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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