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파면 사태에 책임…전원 반려 또는 선별수리 관측
안보·경제 이중위기 관리와 차기정부 인수인계 변수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 허원제 정무수석 등 수석비서관 9명은 13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게 일괄사표를 제출하고 거취를 일임했다.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 비서실장과 9명의 수석들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회의를 마친 뒤 황 권한대행에게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비서실은 10인 수석 체제이나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이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기소 되면서 정조수석은 공석인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 비서실장을 비롯해 허 정무수석, 조대환 민정수석, 정진철 인사수석, 김규현 외교안보수석, 배성례 홍보수석, 강석훈 경제수석, 현대원 미래전략수석, 김용승 교육문화수석, 김현숙 고용복지수석이 사표를 제출했다.
이들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인용 결정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됨에 따라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는 뜻에서 사의를 결심했다.
다만, 한 비서실장 등은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에서 떠나 전날 삼성동 사저로 복귀함에 따라 공식적인 사의 표명 시점을 이날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황 권한대행은 일괄 사표를 제출한 청와대 참모들의 거취 문제를 신중하게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청와대 참모들 사표 수리 여부는 총리실에서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총리실 안팎에서는 황 권한대행이 5월 9일로 예상되는 조기대선 및 위기상황 국정 관리를 위해 이들의 사표를 전원 반려하거나 일부 수석들의 사표만 선별 수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파면이라는 초유의 상황에서 조기 대선이 치러지는 데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문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위협,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압력과 중국의 경제보복 등 안보와 경제의 이중위기 상황에서 주요 참모들의 황 권한대행 보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박 전 대통령이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갔지만, 황 권한대행이 행정부 수장으로서 대통령의 직무와 권한을 행사하는 만큼 이를 뒷받침하는 기능은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하는 차기 정부를 고려할 때 업무 인수인계 차원에서라도 황 권한대행이 일괄사표를 반려한 뒤 위기상황 국정보좌를 당부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일괄 사표 제출 후 선별수리 방안도 있을 수 있고, 향후 조기 대선과 안정적인 국정관리를 고려하면 사표 제출을 전원 반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jesus786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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