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와 갈등상황에서 IS격퇴 위해 파견된 군대 안전 보장 못해…철수해야"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독일 여·야당이 한목소리로 터키에 배치한 독일연방군 철수를 촉구하고 나섰다.
독일과 터키의 외교관계가 악화되면서 독일이 시리아의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에 맞선 공습작전에 대비해 터키에 배치한 독일연방군의 안전을 더는 보장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12일(현지시간) 독일 국제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에 따르면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CDU)과 기독사회당(CSU) 연합은 이날 독일과 터키 간 갈등 확산을 고려해 터키 인지를릭 공군기지에 배치한 군대와 항공기 철수를 촉구했다.
CSU의 플로리안 한 외교안보정책 담당 대변인은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이런 과열된 분위기 속에 터키 정부가 인지를릭에 있는 우리 군대를 보호해준다고 보장할 수 있겠느냐"며 "정부는 우리 군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파워 게임에서 협상 카드로 전락하게끔 놔둬선 안된다"고 말했다.
한 대변인은 IS 대응 전략을 위해서라면 인지를릭 공군기지 대신 요르단이 더 나은 대안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집권당의 요구에 최대 야당인 좌파당도 철군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며 힘을 보탰다.
좌파당의 자라 바겐크네히트 대표는 "터키와의 상황 전개를 볼 때 연방군과 항공기 철수는 이미 늦었다"면서 "터키에 대한 무기 공급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 여야권의 이런 우려가 전혀 근거 없지는 않다.
지난해 6월 독일 연방의회가 1차 세계대전 기간 터키 오스만 제국이 아르메니아인 150만명을 숨지게 한 사건을 '집단 학살'로 규정하자 터키는 독일대표단의 인지를릭 공군기지 방문을 금지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런 초당적인 요구에도 독일정부는 철군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토마스 데메지에르 내무장관은 인지를릭 공군기지에 배치한 연방군은 독일이 가입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필요에 따른 것이라며 철군 가능성을 배제했다.
양국의 이번 갈등은 독일 지방정부가 터키 장관들이 참석할 예정이던 대통령제 찬성 집회를 잇달아 불허하면서 촉발됐다.
독일에서 찬성집회가 잇달아 취소되자 에르도안 대통령은 독일을 "나치같다"고 맹비난했으며 이에 독일 국민의 에르도안 정권에 대한 반감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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