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팀 출전 우선' 원칙, 유럽파에만 적용
슈틸리케 "중국파, 시즌 개막전까지 정상적인 준비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중국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6차전(23일 중국 창사)을 앞두고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이 발표한 출전선수 명단을 놓고 축구팬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소속팀 출전 우선'이라는 슈틸리케 감독의 선수 선발원칙이 계속 흔들리는 모양새를 띠고 있어서다.
슈틸리케 감독은 13일 중구 을지로 KEB 하나은행 본점 대강당에서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6, 7차전에 나설 24명의 태극전사 명단을 공개했다.
이번 명단에는 K리그 클럽 9명, 유럽 클럽 5명, 중국 클럽 4명, 일본 클럽 3명, 중동 클럽 3명으로 구성됐다.
한동안 대표팀의 근간을 이뤘던 유럽파 선수들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숫자가 줄어든 대신 K리그 선수들의 비중이 조금 높아진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소속팀에서 출전기회를 잡지 못한 이청용(크리스털 팰리스)과 박주호(도르트문트)를 과감하게 제외했다.
그는 "소속팀에서 명단에도 들지 못하는 상황이 몇 달째 이어지고 있다"며 "대표팀은 매 순간이 긴장의 연속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는 뽑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팬들이 의구심을 품는 것은 중국 슈퍼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다.
이번에 발탁된 중국 슈퍼리그 소속 선수들은 김기희(상하이 선화), 장현수(광저우 푸리), 홍정호(장쑤 쑤닝·이상 수비수), 정우영(충칭 리판·수비형 미드필더) 등 4명으로 모두 수비 요원에 몰렸다. 대표팀의 붙박이 수비수였던 김영권(광저우 헝다)은 왼쪽 정강이 비골 골절상으로 수술대에 올라 재활 중이어서 빠졌다.
하지만 이들 중국파 선수들은 이번 시즌 출전이 뜸하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중국프로축구는 지난해까지 외국인 선수 4명에 아시아 쿼터 1명을 포함해 총 5명의 외국인 선수를 보유할 수 있었고, 5명 모두 동시에 출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중국축구협회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아시아 쿼터를 없애면서 외국인 선수 5명 보유에 3명 출전으로 규정을 바꿨다.
이 때문에 아시아 쿼터로 중국에 진출했던 한국 선수들은 몸값 비싼 외국인 공격수들에게 밀려 출전기회를 제대로 잡지 못하는 실정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취임 초반 강조했던 '소속팀 출전선수 우선'이라는 원칙과 비교하면 이번 중국파 선수들의 발탁이 설득력을 잃었다는 게 팬들의 목소리다.
홍정호와 정우영은 그나마 출전을 이어가고 있지만, 김기희와 장현수는 이번 시즌 출전 기록이 없다.
특히 중국파 선수들이 중앙 수비 요원이라는 점이 우려스럽다.
최종예선에서 한국 대표팀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수비 불안'이 지적되는 상황에서 실전 감각이 떨어지는 선수들이 또다시 중앙 수비를 맡아야 한다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슈틸리케 감독이 중국파 선수들에게 관대하고 유럽파 선수들에게 냉정하다는 이중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슈틸리케 감독은 "이들이 시즌 개막 전까지 정상적인 준비 과정을 거쳤고 컨디션도 괜찮다고 판단했다"며 "다만 중국리그 선수들의 명단 제외가 장기화하면 우리 대표팀 경기력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명단에서 제외된 유럽파 선수들이 아예 출전명단에도 오르지 못하지만, 중국파 선수들은 겨울 전지훈련을 정상적으로 치러 컨디션은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슈틸리케 감독의 판단이다.
선수 선발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지만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은 팬들의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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