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교육감 "부끄러운 일, 물러나야" 제재 검토…현실적으로는 방법 없어
(전주=연합뉴스) 백도인 기자 = 급식비리로 파면됐다가 복직한 사립학교 교장을 물러나게 하려고 전북도교육청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그러나 공립학교와 달리 사립학교에 대해서는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어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13일 연 확대간부회의에서 급식비를 빼돌려 파면됐다가 최근 복직한 익산의 한 사립학교 A 교장에 대해 "아이들 앞에 부끄러운 일"이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A 교장은 이 학교 설립자의 아들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동안 위탁급식업체와 짜고 학생으로부터 걷은 급식비 4억6천여만원을 빼돌린 사실이 적발됐고 법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으며 파면됐다.
김 교육감은 "교육자에게는 양심이 필요하다. 그래야 아이들 앞에 교육자로, 교장으로 설 수 있다"면서 해당 학교법인에 "도덕의 가치를 바로 세우는 결단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전북교육청은 이 학교와 학교법인에 대한 구체적인 제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선 학교법인이 교장 재임용 과정에서 징계위원회를 열지 않은,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는 점을 확인하고 임용 보고를 반려했다.
금품수수 등으로 파면·해임된 교원을 임용할 때는 교원 징계위원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한 규정을 어긴 점을 지적한 것이다.
조만간 A 교장의 임용 철회를 촉구하는 공문을 보내고, 수용하지 않으면 이 학교의 학교급식과 재정 운영 등에 대한 감사를 강화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 측이 징계위라는 절차를 밟아 임용을 강행하면 거부할 수가 없다.
사립학교법에 따라 인사권이 전적으로 학교 측에 있기 때문이다.
감사 강화도 간접적 압박 수단일 뿐이다.
김 교육감이 "현행 법률 체계 아래에서 그의 복귀를 막을 장치는 없다"면서 도덕과 양심에 호소한 것도 이런 한계를 알고 있어서다.
시민사회단체들도 교장 사퇴를 촉구하며 사립학교법 개정으로 전선을 옮기고 있다.
근본적으로 사립학교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언제든지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전북지부는 "아이들의 밥값까지 떼먹은, 교육자로서 기본 자격도 갖추지 않은 사람을 교장으로 복귀시킨 것은 사립학교가 학교를 개인의 사적 소유물로 여기기 때문"이라며 "사립학교법을 개정해 투명하고 민주적인 사립학교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공공성·공교육강화 익산연대도 "사립학교 역시 공립학교와 마찬가지로 공교육기관이며 민주시민을 기르는 중요한 사회적 자원"이라면서 "학교를 이사장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재임용 결정을 한다면 강력히 맞서 싸우겠다"고 경고했다.
doin1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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