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주자들 '포스트 탄핵' 전략 윤곽…'통합' 한목소리서 차별화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임형섭 김동호 기자 = 야권 대선주자들의 '포스트 탄핵' 전략이 차별화하고 있다.
지난 1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전후로 일제히 '통합'과 '치유'를 강조했던 대선주자들이 통합과 개혁의 선후관계와 방법론을 두고 서로 다른 셈법을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와 이재명 시장은 통합에 앞서 적폐청산을 강조하며 유사점을 보였다.
문 전 대표는 전날 여의도 당사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통합은 적폐를 덮고 가는 봉합이 아니다"라며 "적폐를 확실히 청산하면서 민주주의 틀 안에서 소수의견도 존중하고 포용하는, 원칙 있는 통합이 중요하다"고 '원칙 있는 통합'을 키워드로 제시했다.
이와 관련, 문 전 대표 경선캠프 전략본부장인 전병헌 전 의원은 이날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간담회를 하고 "적폐청산을 해야만 통합이 이뤄질 수 있다"며 "적폐청산은 통합의 토대고 기본"이라고 말했다.
전 본부장은 "적폐청산은 통합과 대립 개념으로 볼 것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이를 대립적 개념으로 보는 것이 기득권적 발상의 연장선이고 정권연장의 프레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마치 탄핵으로 정권교체가 끝난 것처럼 봐서는 안 된다. 박근혜 탄핵은 국민주권의 승리지만 아직 정권교체가 된 것은 아니다. 정권교체를 완성해야 공정과 정의, 적폐청산이라는 시대정신이 구현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시장은 탄핵 이후 정국에서도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선명성을 유지하며 개혁의 기치를 올린다는 방침이다.
이 시장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포스트 탄핵' 기조라고 할 수 있는 6대 개혁과제를 발표했다.
이 시장은 "선(先) 청산, 후(後) 통합" 원칙을 강조하며 "적폐청산을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국정농단 세력에 대한 사면불가 방침을 공동 천명하자"고 당내 경선주자들에게 제안했다.
또 민주당 집권 시 야 3당과 촛불시민이 모두 함께 참여하는 "민주연합정부" 구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비해 안희정 충남지사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각각 '대연정을 통한 대개혁', '통합을 통한 개혁'을 내세우며 비슷한 결을 보였다.
안 지사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대연정만이 대개혁을 성공하게 할 수 있는 해법이며 사분오열된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는 길"이라며 "가칭 '국정준비위원회'를 당내에 설치해서 원활한 정권 인수가 가능하도록 준비해 달라"고 말했다.
또한, "안희정의 승리는 캠프의 승리가 아닌 민주당의 승리를 넘어 국민의 승리가 될 것"이라며 "김대중과 노무현 대통령의 '미완의 역사'를 완성하고 '안희정의 기적'을 만들어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겠다"고 이야기했다.
안 지사 측은 대연정과 통합에 대해 앞으로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며 국민을 설득해나갈 방침이다.
이날 헌재 결정 불복 세력에 대해서도 대연정의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안 전 대표는 탄핵 전후로 종교계 인사들을 잇달아 만나면서 '통합'과 '치유'를 강조했다.
그는 조계종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을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제는 치유와 통합을 통해 미래로 나아갈 때다. 탄핵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통합을 통해 개혁을 이룰 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국민이 콘텐츠와 실력을 갖춘 '더 나은 지도자'가 누구인지 판단할 시점으로, 안 전 대표만의 강점을 부각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조만간 통합을 통해 실질적인 개혁을 이루기 위한 정치적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정책 행보를 이어갈 방침이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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