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의 시학'출간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1980년대 뉴욕 빈민가에서 탄생해 전 세계 젊은이들의 예술로 부상한 힙합. 그 힙합 가사에는 왜 그렇게 많은 욕설과 음담패설, 성차별, 동성애 혐오, 상스러운 표현들이 담기는 걸까. 그런데도 힙합을 젊음의 저항정신으로 옹호할 수 있을까.
신간 '힙합의 시학'(글항아리 펴냄)은 힙합을 길모퉁이에서 탄생한 예술의 한 형태이자 언어라고 지적한다.
힙합의 거친 가사는 고된 현실을 묘사하는 데 필요하다는 것이다.
금기 표현 역시 힙합에선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로 본다.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내뱉는 말을 거리낌 없이 옮겨 놔 듣는 이를 깜짝 놀라게 하는 가사의 지독함이 바로 힙합의 고유한 표현법이라는 것이다.
물론 힙합 가사가 드러내는 굴절된 성 관념과 폭력성은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걸러지지 않은 날선 표현들과 그것을 통해 날것의 현실을 느끼고 체험하게 하는 것이 바로 힙합의 본질이다.
역사학자인 윌리엄 젤라니 콥의 말을 빌리자면 힙합은 "쓸모없는 인간의 소외된 표현"으로 진화해왔다.
저자인 애덤 브래들리 미국 콜로라도대학 영문과 교수는 힙합이 시와 같다는 주장을 편다.
그 근거로 힙합을 이루는 핵심 요소로 리듬, 라임, 워드플레이(언어유희), 스타일, 스토리텔링, 설전 등 6가지를 제시한 뒤, 각각에서 시와의 유사성을 체계적으로 분석해낸다.
시가 지금은 우리의 일상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고독한 예술이 돼 버렸지만, 한때는 사람들이 축제와 모임에서 감정을 표현하는 자연스러운 방식이었다. 3천 년 전 고대 그리스에서는 즉흥적인 시 대결이 벌어지기도 했다. 마치 지금의 래퍼들이 벌이는 프리스타일 랩 배틀처럼.
김봉현·김경주 옮김. 300쪽. 1만4천원.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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