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해결하려 하기보다 전문가 도움·치료 받아야"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고등학교 때 취업을 했으면 좋았을 걸 그랬다."
지난 10일 새벽 강원 춘천시 효자동의 한 원룸에서 발견된 대학생 A(23) 씨의 PC에 남겨진 메모다.
최근 수업에도 들어오지 않고 연락이 닿지 않은 것을 이상하게 여긴 A 씨 친구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그의 자취방에 도착했을 때, A 씨는 메모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였다.
A 씨는 중학생 시절에도 가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새 학기가 시작됐지만 좀처럼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대학생들이 많다.
"성격이 내성적이고 소심해서 단체생활을 잘하지 못합니다", "학교 다니기가 원래 이게 힘든가요…친구들도 거의 휴학해서 그런지 진짜 쓸쓸하고 강제로 앗싸(아웃사이더의 줄임말) 됐어요.", "인간관계에서 부쩍 회의감이 듭니다."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대학생활에 대한 회의감과 성격, 취업 스트레스 등으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신의 고민을 토로하는 글이 다수 올라온다.
주로 어린 학생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불안을 느끼는 새 학기 증후군이 대학생들에게도 나타나는 것이다.
대학가에서는 새 학기 증후군 대신 '개강 증후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고학년들은 학년이 올라가 취업은 해야 하는데 일궈놓은 것은 없다는 막막함과 스펙 좋은 선배들마저도 취업 문턱에서 쩔쩔매는 모습을 보며 자괴감을 느낀다.
이런 현실을 모르지 않는 신입생 등 저학년들도 새 학기의 설렘을 느끼기보다 긴장과 스트레스를 받으며 대학생활을 한다.
결국, 여러 복합적인 요소가 결합하면서 대학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무언가 결핍된 듯한 생활을 이어간다.
심하면 우울증과 무력증으로 발전해 대인기피나 학교에 가지 않는 현실도피로까지 이어진다.
대학생 김모(23·여) 씨는 "어차피 할 거 잘해보자는 자신감도 잠시뿐이다. 학교생활에 재미를 느낄만한 요소가 별로 없고, 취업과 학비 등 항상 걱정거리를 안고 사는 기분이다. 이러려고 대학에 왔나 싶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올해 입학한 새내기 이모(20) 씨도 "치열한 입시를 거쳐 대학에 왔는데 한숨 돌릴 여유가 없다"며 "내 것을 챙기기도 쉽지 않고, 뭐부터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오충광 한림대 학생생활상담센터 상담교수는 "심리적인 불안감이나 우울증에 대해서 부끄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자신의 상태가 좋지 않다고 느끼면 정신건강에 관한 전문적인 도움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혼자 해결하려다 보면 잘 안되는 경우가 많고, 자존감만 낮아지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오 교수는 "실제로 정말 위험한 학생들은 상담센터를 찾지 않는다"며 "학생 스스로 '마음의 병'에 대해 부끄럽게 여기거나 쉽게 생각하지 말고, 주변에서도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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