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 실무방문…너무 다른 두 지도자 만남에 관심 집중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만남을 위한 미국 방문단에 독일을 대표하는 핵심 기업 대표들을 포함했다.
정치 철학과 이념이 너무 다르고 주요 양자 현안과 국제 문제에 관한 견해가 크게 충돌하는 두 지도자의 만남에 관심이 집중한 가운데서다.
13일(현지시간) 일간지 디벨트 등 독일 언론에 따르면 14일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메르켈 총리의 방미단에는 지멘스의 조 캐저 최고경영자(CEO), BMW의 하랄트 크뤼거 CEO, 그 밖의 몇몇 독일 핵심그룹 대표들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 기업 수장이 동행하는 것은 일단, 백만장자 기업가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과의 상견례를 겸하는 이번 정상회담의 친근한 분위기를 고양하는 데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미국 우선'의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워 갈등이 예고된 상황에서 이들 CEO가 이끄는 미국 내 독일 기업들이 미국에 얼마나 많은 직접투자를 하는지 트럼프 대통령에게 상기시키려 하는 것이 더 큰 동행 이유일 것으로 독일 언론은 해석했다.
주간 슈피겔은 최근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하는 사람들보다 사업하는 사람들을 더 신뢰한다"라고까지 촌평했다.
슈피겔은 특히, 정상회담 준비서류를 근거로 트럼프 대통령이 해외생산 대미 수출기업을 상대로 위협하는 징벌적 국경관세 부과에 대해 메르켈 총리는 양국의 관세협정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도 맞지 않는다며 필요 시 WTO 제소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히고 싶어한다고 보도했다.
메르켈 총리실의 전문가들은 나아가 유럽연합(EU) 차원에서 미국 제품에 관세를 점진적으로 높여나가는 것과, 독일 기업들이 미국의 새로운 수입관세로 손해 보는 것을 정부가 보정해주는 것도 가능한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메르켈 총리는 하지만 이와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닥치는 것을 바라지 않으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합리적인 대화 기반을 찾는다면 그 자체로 방문은 성공하는 것이라고 슈피겔은 분석했다.
또한, 대중지 빌트는 사실상 14일 하루 정상회담을 위한 메르켈의 방미를 "초고속 트럼프 만나기"라고 이름 붙인 뒤 "양국의 우호관계를 다지고 트럼프에게 유럽 지지를 끌어내는 것이 방문 목적"이라고 규정했다.
빌트는 그러나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앞서 미국을 찾았을 때 트럼프 대통령과 손잡은 장면이 있었음을 짚으면서 메르켈 총리는 (마냥 트럼프에 우호적이기만 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어떤 경우라도 그런 것을 피하고 싶어한다면서 "메르켈은 정상회담 이후 생중계될 기자회견에서 친밀함과 비판을 적절하게 혼합해야만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메르켈 총리는 미국으로 떠나기 전 "'국민국가'라고 하는 것과 'EU 회원국'이라는 것은 우리(유럽)에겐 동전의 양면"이라는 것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분명히 하고자 한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고 슈피겔온라인이 전했다.
이번 방미는 전형적인 실무방문이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과, 동행한 기업인들이 동석하는 확대 회담 형태의 모임이 주요 일정이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오후 미국으로 출발한 뒤 14일 이들 일정을 소화하고서 15일로 넘어가는 밤새 베를린으로 복귀한다.
un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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