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당국·관영 매체 이어 일반여론도 '이성적 대응' 목소리 커져
(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부지 제공 결정으로 롯데그룹이 중국에서 맹공을 받는 가운데 중국 누리꾼 사이에서 반(反) 롯데 운동에 따른 실익을 따져봐야 한다는 여론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롯데를 겨냥한 비이성적인 반감과 과격한 행동으로 결국에는 중국인들이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커지는 등 중국인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냉정한 현실 인식에 점차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14일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와 이슈 커뮤니티 등에는 최근 중국에 일고 있는 반 롯데 운동에 반대 의사를 보이는 누리꾼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이용자가 4억8천만명에 달하는 '오늘의 헤드라인' 애플리케이션에는 최근 사드보복으로 영업정지를 당하거나 반한(反韓) 여론으로 손님이 없는 텅빈 롯데마트의 현장 사진을 올리는 '놀이'가 유행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롯데마트 사진을 찍어 올리거나 관련 보도를 퍼 나르면서 댓글로 관련 이슈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눈다.
롯데그룹이 부지 제공을 결정한 지난달 28일 이후 반 롯데 정서가 극에 달하면서 오늘의 헤드라인 앱에 올라온 롯데 관련 게시글에는 "롯데를 중국에서 내쫓아야 한다", "롯데 물건은 절대 사지 말아야 한다", "롯데마트를 다 문 닫게 해야 자신의 잘못을 알게 된다" 등 격앙된 반응의 댓글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최근 중국 당국이 과격한 시위나 한인을 위협하는 반한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관영 매체에서도 '이성적 애국'을 강조하면서 누리꾼들의 여론도 변하기 시작했다.
지난 13일 한 누리꾼이 게시한 '텅텅 빈 롯데마트'란 게시물에는 누리꾼들이 반 롯데 운동에 대해 찬반 양측으로 나뉘어 논쟁을 벌였다.
게시물에는 사드 논란 이후 손님이 사라지고, 매대에는 상품이 떨어진 베이징 롯데마트 양챠오(洋橋)점의 사진이 담겼다.
여전히 "통쾌하다", "중국인들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 "베이징 사람들을 응원한다"는 반응이 많았지만, 반 롯데 운동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는 댓글이 4∼5개 걸러 하나씩 보일 정도로 자주 눈에 띈다.
아이디 'FATE***'라는 누리꾼은 "이럴 필요가 있나? 좀 냉정해져 보자. 결국, 일자리를 잃는 것은 중국인이다.이성적 애국을 하자"고 댓글을 남겼다.
또 다른 누리꾼 '11247***'도 "이 마트들이 문을 닫는다면 직장을 잃은 사람들은 어디로 가는지 알고 싶다. 다른 마트에서 일하도록 해주는가"라며 반 롯데 운동의 피해가 중국인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일부 누리꾼은 "사드는 미국 소유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월마트에 여전히 가고 있느냐"며 한국기업에만 분노하는 중국인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웨이보에서도 롯데마트에 진열된 과자와 라면 등 제품을 고의로 훼손하고 해당 영상을 웨이보에 올렸다가 경찰 조사를 받은 중국 여성의 사건에 대해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누리꾼들은 '창피하다. 이런 것은 한국제품 보이콧이 아니라 범죄다', '교양이 없는 사람은 애국을 빙자해 자신을 미화한다', '국가적 망신이다' 등 비이성적인 반 롯데 운동에 대해 비판했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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