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에 묶여 못 살겠다"…수원지역 사업지연 몸살

입력 2017-03-14 11:32   수정 2017-03-14 11:38

"재개발에 묶여 못 살겠다"…수원지역 사업지연 몸살

6개동 지역주민 '재개발 지구 지정 해제' 시청 앞 시위

(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경기 수원시에 최근 재개발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개발사업이 수년째 지지부진하자 집수리조차 제대로 못하고 살아온 주민들이 더는 못 참겠다면서 시청에 찾아와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주민들의 호소에 귀를 연 수원시의회가 사업해제를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수원시 도시정비조례 개정'을 추진하자 시가 무분별한 해제가 이어질 수 있다고 반대, 재개발사업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 "그냥 내 집에서 살게해달라"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847-3번지 일대 '팔달 115-9 재개발구역'.

9년 전 재개발사업 정비구역으로 지정·고시되면서 재개발사업 바람이 분 곳이다.






2010년 재개발조합 설립 이후 현대산업과 GS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해 사업시행 인가까지 받았지만, 여전히 예전 그대로다.

13일 찾아간 이곳은 노후한 옛 주택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수원공고 정문 맞은편에 있는 4층짜리 빌라에서 14년째 살며 집수리와 건축리모델링일을 하는 유모(67)씨는 요즘 수원시청에서 시위를 하는 게 일이다.

이날도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수원지역 재개발지역 주민 100여 명과 시청을 찾아가 재개발사업 구역 지정을 해제해달라고 1시간 넘게 소리를 지르고 왔다.

그의 집 앞에는 '팔달10구역 조합해산 동의서 접수처'라고 쓴 파란색 현수막이 내걸렸다.

빌라 1층 주택으로 들어가자 이곳에 모여 있던 마을 주민 서너 명이 앞다퉈 "주민들의 생존이 달린 재개발사업 해제를 시가 모른 척 외면한다"고 성토했다.

이 주택은 유씨가 4가구에게 임대한 것이었지만, 재개발사업이 지연되면서 생활환경이 나빠지자 지난해 3월 다른 곳으로 이사했다. 현재는 재개발 반대 주민들의 사무실로 이용하고 있다.

유씨를 비롯한 마을 주민들은 재개발사업이 오랫동안 진행되지 않으면서 주민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들은 "재개발조합이 처음에는 평당(3.3㎡) 1천만 원씩 보상해 주겠다고 했는데, 감정평가사의 자산평가에서 절반으로 뚝 떨어진 500만 원대를 받았다"며 "이 돈을 받고 우리 같은 서민이 어디에 가서 집을 구해 살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재개발구역 바로 옆 주택들의 현재 시세가 평당 800만∼1천200만 원인데도 터무니없이 자산평가가 낮게 책정됐다며 현실에 맞게 다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씨는 "우리는 재개발되는 아파트 분양신청을 할 정도로 돈이 없어 현금청산을 신청했던 사람들이다. 아파트 갖고 투기하려는 투기꾼이 아니다"라면서 "감정평가를 다시 못하겠다면 빨리 재개발구역을 해제하고, 소규모 도심재생사업을 해달라는 것인데 시가 주민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개발사업 구역으로 지정된 이 지역은 곧 아파트가 들어설 것이라는 기대감에 주택을 새로 수리하는 사람도 없어 집수리하며 밥벌이를 하는 유씨의 수입은 날로 줄었다.

더구나 한 달에 40만 원 받던 임대료 수입도 세입자가 떠나고 나서 뚝 끊겼다.

그러나 유씨는 비교적 사정이 나은 편이다.

박모씨는 오는 5월 19일 계약이 만료되는 전세 세입자가 경매처분 신청을 하겠다고 말해 걱정이 크다. 전세 보증금 8천만 원을 돌려줘야 하지만, 큰돈을 당장 마련해 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재개발지역에 묶여 있다 보니 부동산 거래도 이뤄지지 않고 있고, 은행 대출도 쉽지 않아 전세금 반환 문제로 인한 갈등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수원시에는 팔달115-9구역처럼 재개발지역으로 지정·고시된 곳이 21곳에 달했지만, 6곳은 주민들의 요구로 재개발사업이 취소됐고, 영화동과 고색동 지역 재개발지역 3곳이 시에 사업취소를 신청한 상태다.

또 정자동과 영화동, 인계동 등 6개 지역 재개발지역 주민들이 사업취소를 시에 요구하고 있다.






◇ 해제완화 조례 개정안 두고 시·시의회 갈등

장기 미시행 재개발사업으로 인한 주민 피해를 줄이고자 수원시의회 명규환의원이 조례개정을 추진하고 나섰지만, 시의 반대에 부닥쳤다.

명 의원은 지난달 23일 '수원시 도시정비조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이 개정안은 지난 7일 개회한 제325회 제1차 본회의에 상정됐다.

이 조례는 재개발사업 해제와 관련해 주민 의견 수렴과정에서 정비구역 해제 반대자(재개발 찬성자)가 50% 미만일 경우 정비구역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해제요건을 완화했다.

현행 수원시 조례는 토지 소유자 등 30% 이상이 정비구역 해제를 동의하면 주민 의견을 거쳐 50% 이상이 찬성해야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정비구역을 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시는 재개발을 반대하는 주민 의견을 50% 이상 확보해야 해제할 수 있도록 한 기존 조례를 고수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전문가 토론과 법률 자문을 한 결과 통상적인 동의방법은 '몇% 이상'으로 결정한다"면서 "전체 주민 의사와 상관없이 소수의견에 따라 정비구역이 해제되는 것은 전체 주민 의사를 왜곡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또 해제신청은 해제를 찬성하는 주민(30% 이상)이 하고, 해제 결정은 해제반대 주민(50% 미만) 의견으로 하는 것은 모순이 있어 법적 다툼의 소지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명 의원이 낸 조례안은 14일 해당 상임위인 안전교통건설위에서 심의할 예정이다.

hedgeho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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