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사 피치 분석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결정한 영국이 본격적인 탈퇴 협상에서 시간, 돈, 국론 분열 등 5가지 난제에 시달릴 것이라고 신용평가사 피치가 분석했다.
13일(현지시간) 영국 의회는 정부가 유럽연합(EU) 탈퇴 절차를 공식 개시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EU에 탈퇴 의사를 공식 통보하고, 2년간의 탈퇴 협상을 개시하게 된다.
영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피치는 우선 메이 총리가 부닥칠 난제로 시간이 충분치 않음을 꼽았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에도 EU 단일시장에 접근하고자 EU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2년간의 협상 기간은 FTA를 타결짓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다. 더구나, 영국이 원하는 대로 협상 의제의 순서가 정해질 지도 미지수다. EU가 원하는 다른 의제에 밀려 FTA가 뒷순위로 논의될 수 있다는 얘기다.
EU가 협상 초반에 논의하길 원하는 의제는 바로 돈이다. EU는 영국이 기존에 약속했던 EU 예산 분담금 등을 포함해 600억 유로(약 73조원)의 '이혼합의금'을 낼 것을 영국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영국은 합의금 규모를 최대한 줄이려고 애쓰겠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다른 중요 의제로 옮겨가기 쉽지 않아 영국의 뜻이 관철될지는 미지수다.
스코틀랜드의 독립 요구도 메이 총리의 난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는 독립 주민투표 재실시를 허용할 것을 영국 중앙정부에 요구할 계획이다. 스코틀랜드 주민의 과반수가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만큼, EU 단일시장 접근을 위해 독립할지 여부를 주민투표로 물어봐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영국 정부의 대EU 협상은 이로 인해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스코틀랜드를 달래고자 빠듯한 영국 정부 예산을 쪼개서 지원해야 할지도 모른다.
협상에 임하는 영국 내부의 여론이 한 갈래로 모이지 않았다는 점도 영국의 입지를 취약하게 한다. EU 탈퇴를 둘러싼 여론은 이미 분열돼 있으며, EU는 이를 협상에 이용하려 하고 있다. 여론의 분열로 영국 정부가 협상안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늦어질 수 있으며, 이는 결코 협상에 유리하지 않다.
브렉시트에 가진 기대를 얼마나 충족시킬 수 있을지도 어려운 과제다. 협상이 잘 풀리지 않으면 금융시장에 난기류가 형성되고, 경제도 나빠질 수 있다. 이 경우 영국 정부의 협상 자세를 문제 삼는 반대파의 입지 또한 커질 수 있다. 여론이 나빠지면 협상의 최종 승인을 놓고 의회가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고, 또 다른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
피치는 "EU 탈퇴가 아무도 걸어보지 않았던 길인 만큼, 영국은 이제 논쟁과 갈등의 길로 접어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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