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영향 있지만, 식목일 변경할 만큼 크지 않아"
(대전=연합뉴스) 유의주 기자 = "신라가 삼국통일의 성업을 완수한 날이자 조선 성종이 동대문 밖 선농단에서 친히 제사를 지내고 밭을 간 날이 4월 5일 입니다. 민족사와 농림사상 면에서 뜻이 깊고, 계절적으로 나무 심기에 좋은 시기여서 4월 5일을 식목일로 정한 것입니다."
최근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올라가면서 학계와 묘목업계 등에서 식목일을 앞당겨야 한다는 여론이 끊이지 않지만, 산림청은 15일 식목일을 바꿀 계획이 없으며, 현행대로 유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식목일을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은 1946년 식목일을 지정할 당시 평균기온이 지금은 3월 중순에 나타난다는 점에 근거를 둔다.
싹이 트고 잎이 나는 때인 4월보다 앞서 나무를 심는 것이 맞으며, 현재대로 4월에 심은 나무는 수분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활착률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4월 5일에 식목행사를 하면 이미 싹이 튼 나무를 심어야 하며, 묘목을 옮겨 심을 때 뿌리 생육에 지장을 줘 나무가 고사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산림청은 현재와 같이 식목일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삼국시대 신라가 문무왕 17년 2월 25일 삼국통일을 완수한 날을 양력으로 계산하면 4월 5일이며, 조선 성종이 재위 24년 3월 10일 동대문 밖 선농단에서 하늘에 친히 제사를 지내고 밭을 간 날 역시 양력으로 치환하면 4월 5일이다.
이런 역사적 의미를 고려할 때 70여년 전에 정한 기념일을 바꾸는 것이 꼭 바람직한지 의문이라는 게 산림청의 지적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에는 식목일 변경안이 국무회의에 상정되기도 했다.
전임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로 식목일 변경이 추진돼 이 대통령 재임 시절 국무회의에 상정됐지만, 현행 유지로 결론이 났다.
당시 국무회의에서 각료들은 '식목일의 상징성과 향후 통일까지 고려해 현행대로 유지하되 기온변화를 고려해 나무 심기 시기는 탄력적으로 운영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당초 3월 1일부터 4월 30일까지 60일간이었던 나무 심기 시기를 2월 21일부터 4월 30일까지로 늘렸다.
통일시대를 고려한다는 것은 향후 통일이 됐을 때 개마고원 등 북한지역을 고려하면 나무 심기 기념일은 4월 5일도 이르다는 반론 때문이다.
2월과 3월에 나무 심기가 가능한 남한지역과 4월 이후에나 나무를 심을 수 있는 북한의 중간적인 시기로 현재의 4월 5일이 적당하다는 논리다.
2013년에도 안전행정부의 검토요청으로 산림청이 전문가 등의 의견수렴을 했지만, 결론은 바뀌지 않았다.
산림청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나무 심기는 나무 심기 기간인 2월 말∼4월 말에 이뤄진다.
최근 5년간 평균 조림면적은 2만2천392㏊이며, 식목일까지 조림면적은 6천558㏊로 29.3%가량이다.
나무 심기 후 활착률이 80% 이상이면 성공한 것으로 보는데 최근 5년간 평균 활착률은 90.8%에 달한다는 것이 산림청의 설명이다.
식목일을 변경할 필요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기후변화 영향이 있긴 하지만 수목의 생리적 특성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했을 때 식목일을 변경할 만큼 영향이 크지 않고, 날짜를 변경할 경우 많은 홍보비용과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가 우려된다"며 "식목일은 단지 기념일로 받아들이고, 지역 환경에 따라 2월 말부터 시작되는 나무 심는 기간에 나무를 심으면 된다"고 말했다.
ye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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