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구정리 석상에 반색"…'천 년 인연' 이은 경주-이스파한

입력 2017-03-14 17:42  

"신라 구정리 석상에 반색"…'천 년 인연' 이은 경주-이스파한

2013년 우호도시 이어 올해 10월 자매도시 결연

경주시, 이스파한서 한국 문화 처음 선보여




(이스파한=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페르시아의 진주'라고 불릴 만큼 찬란한 문화유산을 자랑하는 이란 중부 역사도시 이스파한에서 한국 문화가 다채롭게 선보였다.

그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는 수차례 한국 전통·대중문화 행사가 열렸지만 이스파한에서는 처음이다.

한국의 천년 고도 경주시가 11∼14일(현지시간) 이스파한시와 함께 연 '2017 실크로드 코리아-이란 문화축제'에서다.

8천㎞ 거리인 두 도시는 고대 무역로 실크로드로 이어진다.

경주는 실크로드가 시작되는 동쪽 끝이었고 이스파한은 고대 무역로 실크로드를 오가는 상인이 반드시 거쳐야 했던 요지였다.

이런 지리적 인연뿐 아니라 여러 사료에 페르시아인이 신라를 방문했을 것으로 충분히 추정되는 서역 인물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다.

처용가에 등장하는 처용이 대표적이다. 이란의 구전 서사시 '쿠시나메'에 페르시아 왕자가 '바실라'라는 나라로 가 그곳의 공주와 결혼한다는 설화가 담겼는데 이 바실라가 신라라는 해석도 있다.

이번 문화축제에서 2차례 공연된 쿠시나메 무용극은 이 설화를 현대적으로 살려 이스파한 시민들의 공감을 얻었다.






불고기, 김밥과 같은 한국 음식 홍보, 신라 옷을 입어보는 체험, 사물놀이, 가야금 연주가 곁들여졌고 아직 이란에선 생소한 경주를 알리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스파한 시내 공연장에서 열린 국악 공연이 끝나자 300여 관중이 기립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이 공연을 본 아스가리연 씨는 "드라마를 통해서만 한국을 알았는데 실제로 한국 사람들이 와서 하는 공연을 직접 보니 믿어지지 않는다"며 "한국과 경주가 이렇게 역사가 깊은 곳인 지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가 열리게 된 데에는 2013년 두 도시가 맺은 우호도시 협약이 계기가 됐다.

최양식 경주시장은 우호도시 협약의 흥미로운 뒷이야기를 전했다.






2012년 경주에서 열린 아태지역 세계유산도시기구(OWHC) 총회에 초청된 이스파한시 대표단에 최 시장이 우호도시 협약을 제안했지만 반응이 마뜩잖았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이스파한시가 이미 수십 개 도시와 비슷한 협약을 맺은 터였다.

최 시장은 그 자리에서 스마트폰에 저장된 신라 구정리 방형분 서역석상 사진을 보여줬다.

이 석상은 오똑한 코에 고수머리에 수염을 기른 남성이 골프채 같은 도구를 든 모양이다. 신라인이라고 보기엔 어려워 페르시아 혈통이라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최 시장은 "골프채같이 보이는 것이 이란의 전통 스포츠인 폴로에 쓰이는 채라고 말하면서 이게 당신 할아버지일 수도 있다고 했다고 했더니 이튿날 이스파한 대표단이 회의를 모두 빠지고 구정리로 사진을 찍으러 갔다"며 웃으며 기억했다.

이후 두 도시의 협약은 순조롭게 진행됐고 올해 10월엔 이보다 한층 밀접한 자매도시 결연을 할 예정이다.

최 시장은 "경주가 비록 큰 도시는 아니지만 이번 행사로 이란에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서 문화 수출뿐 아니라 한국 기업의 이란 진출에도 보탬이 됐으면 한다"며 "경주시의 1천800여 중소기업의 이란 사업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hsk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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