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선한 정국에 기재부 실무진 인사만…고위직은 '동작그만'

입력 2017-03-15 06:43  

어수선한 정국에 기재부 실무진 인사만…고위직은 '동작그만'

과장급 행시 38∼39회로 '세대교체'…사무관은 '드래프트' 방식 배치

(세종=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경제정책 총괄부처인 기획재정부가 최근 조직의 허리인 과장급과 실무진 인사를 마쳤다.

그러나 정작 이들을 지휘할 고위공무원단은 기약없이 자리를 지키면서 새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제대로 된 진용을 갖추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관가에 따르면 전체 직원만 1천여명이 넘는 대부처 기재부는 올해 사무관 인사에 프로운동 선수들을 뽑을 때처럼 새로운 '드래프트' 제도를 도입했다.

통상 한 부서에서 3년 이상 근무한 사무관이 인사 대상이 되는데 올해는 전체 560여명의 약 40%인 200여명이 자리를 옮겼다.

기재부는 그동안 사무관으로부터 3지망까지 지원 부서를 받아 배치하는 방식을 택해왔다.

기재부의 한 과장급 관계자는 "'탑다운' 방식으로 인사를 내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의 의사를 존중해 최대한 원하는 부서로 배치하는 방식을 썼던 게 기재부와 다른 부처의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는 원하는 부서 한 곳만을 지원하도록 했다. 해당 부서가 'OK'를 한 경우에만 곧바로 배치가 이뤄졌지만 이런 사무관은 많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기재부 안에서도 선호·기피 실·국이나 부서가 갈리는 탓이었다.

'매칭'에 실패한 대부분의 사무관은 '드래프트' 시장에 나와 실·국장의 지명으로 부서를 배치받았다.

기피 실·국은 그동안의 인사 방식으로는 지원자가 없어 자체 사기도 떨어지고 인력 수급조차 힘든 문제가 있었다.

기재부 한 관계자는 "업무 강도가 높아 선호하지 않는 실·국에 드래프트 지명 우선권이 부여돼 우수 사무관들이 배치됐다"며 "방식은 다소 바뀌었지만, 예년처럼 별다른 잡음 없이 마무리됐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10일 마무리된 과장급 인사에서는 기재부 전체 과장직 100여명 중 60%에 달하는 60여명이 새로운 자리로 이동했다.

이번 기재부 과장급 인사의 키워드는 '세대교체'였다는 후문이다. 행정고시 37회에서 38∼39회로 면면이 대거 바뀌었다.

주요 실·국 총괄과장을 맡았던 37회 과장들은 실무에서 손을 떼고 세계은행(WB)과 아시아개발은행(ADB), 미주개발은행(IDB) 등으로 이동했다. 이 자리는 후배인 38∼39회가 채웠다.

과장급과 사무관은 인사를 통해 대거 자리를 바꿨지만, 정작 이들을 진두지휘할 국장급 이상 고위공무원단은 자리를 지키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계속되면서 정무직인 차관이나 1급, 국장급 인사가 계속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송언석 기재부 2차관은 2015년 10월, 최상목 1차관은 작년 1월 내정된 뒤로 계속 한 자리에 머물고 있다.

바로 아래 1급인 실장급도 거의 이동이 없는 상태다.

박춘섭 예산실장은 2015년 10월 임명돼 햇수로 2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찬우 차관보와 송인창 국제경제관리관도 1년 전인 작년 2월 임명됐다.

최영록 세제실장은 작년 7월, 조규홍 재정관리관은 작년 10월 1급 자리에 올랐다.

조용만 기획조정실장이 기재부 1급 중 유일하게 권한대행 체제 중인 올해 2월 임명됐을 뿐이다.

1급 이동이 거의 없다 보니 국장급 인사도 정체 상태다. 고작해야 다른 부처나 기관에 파견을 가거나 빈자리를 채우는 정도의 인사만 실시되고 있다.

특히 승진을 앞둔 국장급은 예상치 못한 '정체'에 답답해하는 분위기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면서 새로 탄생할 인사권자에 희망을 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기재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매년 초 인사가 있었는데 탄핵 정국으로 최소한 올해 5월까지는 자리를 지키게 돼 답답한 측면도 있다"며 "대선 이후 새로운 인사권자가 나오면 개각을 시작으로 큰 폭의 인사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vs2@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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