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모 부모' 별명 노부부 "나이는 중요한 게 아냐…딸 돌려달라"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천신만고 끝에 느지막한 나이에 아이를 얻었으나 한 순간의 실수로 자격 없는 부모가 돼 딸과 헤어진 이탈리아의 한 노부부가 7년째 딸을 되찾기 위한 법적 투쟁을 벌이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14일 코리에라 델라 세라 등 이탈리아 언론은 토리노 항소법원이 전날 루이지 데암브로시스(75)와 가브리엘라 카르사노(63) 부부가 딸(7)의 입양 결정에 반발해 제기한 소송을 기각한 사실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이탈리아 북부 알레산드리아 인근의 미라벨로 몬페라토에 사는 이들 부부는 십수 년 간의 임신 시도 끝에 2009년 외국에서 인공 수정을 통해 임신에 성공한 뒤 부부의 나이가 각각 68세, 56세이던 이듬해 4월, 꿈에 그리던 첫 딸을 품에 안았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아빠인 데암브로시스가 그해 6월 아기를 차에 둔 채 잠시 우유를 식히러 집에 들어간 것이 화근이었다. 이웃 주민은 차에서 아기가 울고 있는 것을 보고 경찰에 신고했고, 이들 부부는 아기를 방치한 혐의로 기소돼 법정에 서는 처지가 됐다.
2011년 9월 토리노 아동법원은 고령의 데암브로시스 부부가 아기에게 적절한 돌봄을 제공할 수 없다며 아기를 부부에게서 격리한 뒤 다른 가정에 입양하라고 판결했다.
부부는 아기를 혼자 둔 시간이 기껏해야 7∼8분에 불과했다고 항변했으나, 목격자가 최소 40분 이상 아기가 혼자 방치돼 울었다고 진술한 게 부부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부부는 법원의 결정에 반발해 상급 법원에 항소했으나, 고등법원과 대법원 역시 2012년, 2013년에 잇따라 똑같은 판결을 내렸다.
2013년 이후 입양 가정과 접촉이 끊기며 아예 딸과 만나지 못하게 된 이들 부부는 특별 항고를 제기했고, 대법원은 이에 작년 7월 "양육에 있어 나이는 중요하지 않으며, 데암브로시스 부부는 자격이 없는 부모가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이 사건을 다시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그러나, 토리노 항소법원은 재차 데암브로시스 부부로부터 딸을 격리해 다른 가정에 보낸 것이 정당하다고 판결하며 부부에 다시 좌절을 안겼다.
7년 간의 법적 투쟁이 유명세를 타며 '조부모 부모'(genitori nonni)라는 별명까지 얻은 부부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으나 일간 코리에라 델라 세라에 "대법원도 (양육에)나이는 중요한 게 아니라고 했다. 이번에도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대법원에 재항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통계에 따르면 이탈리아 여성의 평균 초산 연령은 31.7세이지만, 2005년 전체의 4.6%에 불과하던 40세 이상 여성에게서 태어난 아기 비율이 2015년에는 8.3%로 급증하는 등 산모의 노령화 현상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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