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출두 하루 앞두고 수사개시…'양복스캔들' 등 의혹 잇따라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가족을 자신의 보좌관으로 허위채용해 세비를 횡령했다는 의혹을 받는 프랑스 공화당 대선후보 프랑수아 피용(63)이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를 받게 됐다.
지난달에는 한 후원자로부터 최고급 정장을 선물 받았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연일 터지는 스캔들로 제1야당 대선후보가 점점 더 코너에 몰리고 있다.
프랑스 경제범죄전담검찰청(PNF)은 14일(현지시간) 피용에 대한 수사절차가 개시됐다고 밝혔다.
피용은 당초 하루 뒤인 15일 수사법원에 출두할 예정이었으나, 법원은 피용의 의견청취 절차도 없이 이날 기습적으로 수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일종의 '내사' 단계에서 검찰의 예비조사만 받은 피용은 형사 절차상 피의자 신분으로 정식 수사를 받게 됐다.
그는 아내 페넬로프 피용과 두 자녀를 의원 보좌관으로 허위 채용해 보좌관에게 지급되는 세비를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용은 아내와 두 자녀가 실제로 보좌관 업무를 수행했다면서 무죄를 주장해왔다. 프랑스에서 국회의원이 가족이나 친지를 보좌관으로 채용하는 것은 불법은 아니다. 다만, 이름만 보좌관으로 올려놓고 실제 근무를 하지 않으면 형법으로 처벌된다.
피용은 횡령 스캔들이 언론보도로 터져 나온 직후에는 수사가 시작되면 대선 후보를 사퇴하겠다고 공언했으나, 나중에는 횡령 의혹을 자신에 대한 "정치적 살인"이라고 주장하며 '대선 완주'로 입장을 바꿨다. 이 과정에서 대선 캠프의 이탈자가 속출하면서 후보 교체론이 급물살을 탔지만, 우여곡절 끝에 대선 후보직을 유지했다.
피용의 사건을 검찰로부터 넘겨받은 수사법원이 그의 출두 하루 전에 전격적으로 수사개시 결정을 내림에 따라 피용은 더욱 수세에 몰리게 됐다. 수사법원이 그의 횡령 혐의를 상당 부분 신빙성 있는 것으로 판단한 것이기 때문이다.
피용은 최근에는 1만3천유로(1천600만원) 상당의 정장을 후원자에게 선물 받은 사실이 언론보도로 알려지면서 악재가 겹쳤다.
그는 해당 보도를 부인하지 않고 오히려 '대체 뭐가 잘못이냐'는 반응으로 일관해 유권자들의 공분을 샀다. 의회윤리조사국은 해당 사안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사법당국은 피용의 두 자녀가 세비로 받은 보좌관 급여의 일부를 피용에게 상환한 것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르파리지앵 보도에 따르면 피용의 딸인 마리는 자신이 2005년 10월부터 이듬해 말까지 아버지의 의원 보좌관으로 등록해 받은 급여 4만6천 유로 중 70%가량을 갚았다. 그의 아들 샤를 피용도 보좌관 월급 4천800유로 가운데 30%를 매달 부모에게 되갚은 것으로 나타났다.
딸 마리는 부모에게 빌려 쓴 결혼자금을 갚는다는 명목으로 피용에게 월급을 상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용은 지난해 11월 중도우파 공화당의 대선후보로 확정된 직후에는 차기 대통령 1순위로 꼽히는 등 승승장구했으나, 스캔들이 잇따라 터진 뒤 지지율이 폭락했다.
이날 발표된 오피니언웨이의 최신 여론조사에서 그의 1차투표 지지율 20%로 결선투표에도 진출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극우정당 후보인 마린 르펜이 27%로 1위를 지켰고, 중도신당의 에마뉘엘 마크롱은 24%로 르펜과 함께 결선투표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됐다. 집권 사회당 브누아 아몽의 1차투표 지지도는 14%로 4위에 그쳤다.
결선에서 르펜과 마크롱이 대결하는 경우를 가정한 지지도 조사에서는 마크롱이 60%, 르펜이 40%로 마크롱이 르펜을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번 조사는 지난 11~13일 유권자 표본 1천566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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