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단체관광 중단 첫날 제주 둘러보니…외국인 관광시장 '급랭'

입력 2017-03-15 13:58   수정 2017-03-15 14:04

中 단체관광 중단 첫날 제주 둘러보니…외국인 관광시장 '급랭'

공항 국제선 '한산'·크루즈 마지막 발길에 '불안'·중국계 호텔 등 휴업 속출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고성식 변지철 전지혜 기자 = 중국 정부가 한국으로의 단체관광을 전면 중단한 15일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제주의 외국인 관광시장은 급격히 얼어붙는 모습이었다.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으로 중국 소비자의 날인 이날부터 중국 여행사의 한국 관광상품 판매가 금지됐다.


제주노선 항공편으로 오는 유커는 이날부터 대부분 끊긴다. 중국인 관광객을 태운 크루즈선은 16일부터 제주를 거치지 않을 예정이다.

중국의 본격적인 사드보복이 시작된 15일 오전 10시 제주국제공항 3층 국제선 출국장. 한국 단체관광 금지 여파는 유커가 드나드는 관문인 이 곳에서부터 곧바로 감지됐다.

언제나 중국인 관광객들로 가득했던 출국장은 활기를 잃은 채 한적한 모습이다.


공항 출국장 입구까지 중국인을 실어나르던 관광버스는 온데간데 없었다.

300∼400명이 한꺼번에 몰려 긴 줄이 똬리를 튼 듯 이어지던 25개 발권 창구는 겨우 5∼6개만이 운영됐다.

중국인이 수시로 드나들던 출국장 편의점은 손님이 절반으로 줄어 된서리를 맞았다.

한 공항 관계자는 "8일 전까지만 하더라도 하루 중국인 도착 인원이 3천명 미만으로 떨어진 적이 없었는데 어제는 1천명 수준이었다"며 "오늘을 기점으로 발길이 끊겨 더 큰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중국인들이 버리고 간 면세품 포장 쓰레기로 골머리를 앓던 청소 직원들은 "중국인들이 줄고 면세품 정리구역에 칸막이가 설치되면서 공항이 매우 깨끗해져 일하기는 참 편해졌는데, 관광시장에 경제 의존도가 높은 제주에 유커가 안 들어오면 어찌하느냐"고 걱정했다.


국제 크루즈선이 정박하는 제주항에는 마지막 크루즈선 기항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감에 휩싸였다.

사파이어 프린세스호(11만5천t급)와 마리나 오브 더 시즈호(13만8천t급)가 이날 잇따라 기항하고 전날 기상악화로 방문하지 못했던 코스타 아틀란티카호(8만5천t급)도 1박 2일 일정으로 제주를 찾았다.

이들 3척의 크루즈선을 통해 유커 4천여명이 제주를 찾았으나 유커가 일상적으로 찾던 지난해처럼 비교적 활기찬 풍경이었다.

오전부터 크루즈터미널 주변에는 100여대 이상의 관광버스들이 이들 유커를 태우고 용두암과 시내 면세점 등으로 갔다.

그러나 관광 안내사 등 도내 관광업계 관계자들의 표정은 어둡기만 했다.


한 관광 안내사는 "제주를 찾는 유커가 줄자 여행사에서 부르는 관광 안내사 수가 급감하고 있어 앞으로는 일이 끊기게 될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크루즈터미널에서 기념품을 파는 한 상인은 "오늘 이후로 크루즈 기항이 끊기면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하며 걱정했다.


이날 중국인 크루즈관광객을 태우고 제주 관광지로 가는 전세버스 100여대 중 사드 배치 용지를 제공한 롯데 계열의 면세점으로 가는 버스는 단 한대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인 크루즈 관광객 A씨는 "롯데면세점에는 절대 가지 말라는 교육을 받기도 했고 롯데 관련 제품을 샀다가 귀국길에 세관검사에서 난처한 일을 겪는다는 얘기도 들은 적 있다"고 말했다.

A씨는 한국 내 반중 감정이 있다고 전해 들어 크루즈선에서 하선을 할지 말지 상당히 고민했다고도 전했다.

이들 유커는 제주시 용두암을 찾아 쪽빛 바다와 제주 현무암 등 중국과는 다른 색다른 제주 풍경을 보자 연방 사진을 찍는 데 여념이 없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며 제주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성산일출봉에는 이날 탐방객이 지난해보다 눈에 띄게 줄었다.

버스 주차장은 방문객이 많이 찾을 시간대인 오전 10∼11시인데도 절반도 차지 않았다. 유커를 가득 태운 전세버스가 빽빽이 세워져 있는 모습이 일상처럼 연출됐던 지난해와 확연히 달렸다.

유커의 빈자리는 내국인 개별 관광객들이 채워 여유롭게 주변 경치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성산일출봉 주변에 입점한 다양한 대기업 프랜차이즈 카페, 화장품 가게, 패스트푸드점 등에서도 이전처럼 붐비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제주 속의 작은 중국'으로 불리던 제주시 연동 '바오젠거리'는 유커의 발길로 북적이던 예전 모습이 사라진 지 오래다.

가게마다 중국어로 된 가격표와 안내문이 붙어있고 점원들도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을 채용하는 등 중국인 관광객을 상대하기 위한 다양한 준비를 해놨지만, 사드 논란 이후 유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어 걱정이 크다고 상인들은 전했다.

제주도에 따르면 유커가 줄기 시작한 지난 2일 이후 13일까지 바오젠거리 상가의 매출액이 전월 같은 기간에 견줘 30∼70% 줄었다.


유커 의존도가 높은 관광지 주변 상인과 관광호텔, 여행사 등은 일시 휴업에 돌입하는 모습도 보였다.

공항과 가까운 연동에서 중국인이 운영하는 한 관광호텔은 이날부터 휴업에 들어갔다.

이 호텔은 유커가 줄며 영업에 차질을 빚다가 '한국 단체관광 전면 금지'라는 중국 정부의 초강수 지침으로 결국 문을 닫게 됐다.

호텔 관계자는 "유커 위주로만 영업하다 보니 갑자기 한국인 손님을 대상으로 영업을 전환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인이 제주에서 운영하는 관광호텔은 총 20곳(객실 수 548실)으로 알려졌다. 이 중 2곳이 잠정 휴업에 들어갔다. 서귀포시에 있는 31실 규모의 휴양콘도 1곳도 휴업 상태다.


제주에서 가장 많은 유커를 유치하는 최대 여행사인 뉴화청국제여행사은 휴업을 검토했다가 정상 영업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기로 했다.

이 여행사는 10개 내외의 계열 여행사를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으며 식당과 전세버스업체, 숙박업소 등에 유커를 보내는 등 중국인 관광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유커를 대상으로 영업하던 여행사 70여곳 중 일부가 직원들을 휴가보내는 등 사실상 문을 닫았고, 도내 사후면세점 693곳 중 고객 절반 이상을 유커로 채우던 곳들도 일시적으로 영업을 중단했다.

유커를 주요 고객으로 하는 외식업체 100여 곳은 내국인을 대상으로 영업하기 위해 자구 노력을 하고 있다.

제주를 방문한 유커 등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306만1천522명이 찾아 같은 해 전체 외국인 관광객(360만3천21명)의 85%를 차지했다.

항공편으로 188만9천152명(직항 118만7천773명, 경유 70만1천379명), 국제 크루즈선으로 116만5천258명, 국내 여객선으로 7천112명이 제주를 찾았다.

올해 들어서는 14일 현재까지 41만6천997명의 유커가 찾아 전년 같은 기간 42만1천265명에 견줘 1% 감소했다.

사드 배치 용지가 확보된 직후인 이달 초부터는 수개월 전 관광을 이미 예약·결제했던 인원만 오고 있다. 새로운 추가 예약은 들어오지 않는다.

제주와 중국 직항 항공편은 92편이 중단되거나 감편 예정이며, 크루즈선은 191회 예정된 기항이 취소됐다.

kos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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