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정상 회담이 내달 열릴 예정인 가운데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미·중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리커창 총리는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미국의 관계 발전 중요성을 장시간에 걸쳐 발언해 사실상 시 주석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잘해보자'는 구애의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리커창 총리는 15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양회 폐막 생방송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관련된 질문을 집중하여 받았다.
양회에서 부장(장관)급 이상의 생방송 회견 질문은 사전에 미리 조율해 진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날 리 총리의 기자회견은 중국이 미국을 향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자리였다고 할 수 있다.
가장 먼저 리 총리에게 질문한 기자도 중국 매체가 아닌 미국 CNN 기자였다.
CNN 기자는 미·중 정상 회담을 앞둔 가운데 양국관계의 전망에 관해 물었고 리 총리는 "중미 관계에 온갖 어려움이 있었지만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하고 이에 대해 낙관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며 양국관계 발전에 변함이 없다는 점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리 총리는 "양국 정상이 전화통화를 통해 양국관계 발전을 함께 추진하겠다고 표명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중국과 미국 사이에는 문제가 없으며 앞으로도 발전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조만간 이뤄질 미·중 정상 회담이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의 대결 장이 아닌 우호 관계를 재확인하고 대화와 소통을 강화하는 계기로 만들겠다는 중국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할 수 있다.
리 총리는 이날 공개적으로 양국이 정상 회담을 위해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는 점을 밝히기까지 했다.
아울러 이번 정상 회담에서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분명하게 요구할 점에 대해서도 리 총리는 언급했다.
리 총리는 미·중 관계의 마지노선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하나의 중국' 원칙을 꼽아 이번 정상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천명하는 기반 아래 시 주석과 회담이 이뤄질 것을 암시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시 주석과 취임 후 첫 통화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해 중국 지도부를 안심시킨 바 있다. 그러나 대만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여전히 92공식(九二共識·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미국 또한 대만 문제에 대해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중국으로선 이번 정상회의에서 다시 한 번 다짐을 받아둘 필요가 있다.
특히, 중국은 정상 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무역 전쟁을 원치 않는다는 점도 분명히 전달했다.
리 총리는 "중국과 미국의 무역 불균형이 크지만, 기업 이익의 90%는 미국 기업이 가져가고 중국 기업의 이익률은 2∼3%에 불과하다"며 "중미 무역과 투자로 지난해에만 미국에 100만 개의 일자리가 생겼다"면서 미국에도 이득이 된다는 점을 설명했다.
그는 "양국은 일자리 문제, 환율 문제, 안보 문제에서 의견이 일치되지 않지만 계속해서 소통을 강화하고 대화를 통해 상호 이해를 늘려나가야 한다"면서 무역 전쟁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중국산 상품에 고율을 관세를 매겨 무역 역조 현상을 바로 잡겠다는 시도에 대해 중국 측 입장을 공개적으로 사전에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소식통은 "오늘 리 총리의 회견은 마치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정상 회담을 앞두고 중국은 이렇게 전향적인 입장이니 잘 해보자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서 "양회 폐막 기자회견에 미·중 관계를 강조한 것은 그만큼 중국이 이번 정상 회담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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