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하고 소소한 것의 의미를 찾아…연필의 재발견

입력 2017-03-15 14:17  

흔하고 소소한 것의 의미를 찾아…연필의 재발견

신간 '그래, 나는 연필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2013년 전 세계 120여개 국에 방영된 영미 합작 드라마 '다빈치 디몬스'에는 천재 과학자이자 화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가 노란 연필로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설계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이건 제작진의 치명적인 실수였다. 다빈치는 수많은 훌륭한 스케치를 남겼으나 연필은 손에 쥐어보지 못했다.

연필의 역사가 시작된 건 다빈치가 세상을 떠나고 반세기가 지난 1560년께 영국 컴브리아주 보로우델에서 한 양치기가 흑연을 발견하면서다. 흑연은 처음에 양에 소유자의 표식을 하는 데 썼는데, 이후 흑연을 나무 사이에 끼워서 사용한 것이 연필의 시초가 됐다.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삼나무로 된 온전한 모습의 연필은 프랑스의 과학자이자 화가인 니콜라자크 콩테가 1795년 창안한 것이다. 값비싼 양질의 흑연을 구할 수 없었던 콩테는 질 낮은 흑연에 점토를 섞는 방법을 개발해 특허를 냈다. 연필 제조법은 그 후 20세기 중반까지 발전을 거듭해왔다.

무기와 금속 가공에도 쓰이는 흑연은 한때 금만큼 가치 있는 광물로 취급됐고, 연필 역시 예술가와 공학자의 영감을 끌어내는 귀중한 물건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 연필은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사소하고 흔한 물건이 됐다.

신간 '그래, 나는 연필이다'는 연필의 잊힌 과거와 현재를 조명함으로써 숨겨진 가치를 재발견하고자 한다.


책은 저자인 박지현 다큐멘터리 감독이 2001년 헨리 페트로스키 미국 듀크대학교 교수가 쓴 '연필'이란 책을 읽고나서, 2015년 SBS TV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연필, 세상을 다시 쓰다'를 완성하기까지 15년간의 여정을 그린다.

역사가이자 공학자인 페트로스키 교수를 비롯해 전직 만화가인 연필 깎기 전문가 데이비드 리스, 목수이자 연필심 조각가인 달튼 게티, 극사실주의 연필화가 디에고 코이, 동화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마르타 알테스 등 연필에 남다른 애착을 가진 인물들을 한명 한명 저자가 직접 만나 나눈 교감과 함께한 사진들을 담았다.

저자는 연필이 평소 소홀하게 다뤄온 작은 것들의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주는 지렛대와 같다고 말한다.

우리는 빛나고 커다란 것만을 좇는 시대에 살고 있어 작고 의미 있는 걸 찾는 데 너무나도 서툴다. 특별한 게 아니면 가치가 없거나 이류 같다는 느낌을 떨쳐버리기 쉽지 않다. 자신의 삶마저 눈에 띄는 성취가 없다면 무가치하다고 느낀다.

연필은 그런 우리가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걸 깨닫게 해주고, 너무 흔하다는 것 그리고 소소함에 관해 생각해 보게 한다.

퓨처미디어 CABOOKS 펴냄. 368쪽. 1만8천원.


abullapi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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