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고건의 길' 택한 黃권한대행…왜 대선도전 접었나

입력 2017-03-15 15:31   수정 2017-03-15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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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고건의 길' 택한 黃권한대행…왜 대선도전 접었나

고건 전 총리, 2007년 1월 전격 대선 불출마 입장 발표

黃권한대행, '선수'보다는 '심판'으로 선거 관리에 역점

지지율 하락도 불출마 요인 작용한 듯…서울시장 출마설도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15일 대선 불출마 선언은 10여년 전 고건 전 국무총리의 불출마 선언 때와 여러가지 면에서 유사했다.

2007년 1월 16일. 고건 전 총리가 전격적으로 대선 불출마를 발표했다.

고 전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었지만, 지지자들의 반발로 성명서를 배포하는 형식으로 불출마 선언을 갈음했다.

당시 고 전 총리는 지지율 15% 수준을 유지하며 유력 대선주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고 전 총리는 불출마 선언문에서 "일 년 가까이 나름대로 상생의 정치를 찾아 진력해 왔으나 대결적 정치구조 앞에서 저의 역량이 너무 부족함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결국 고 전 총리의 길을 택했다.

황 권한대행은 19대 대선 선거일을 지정하기 위한 임시 국무회의를 소집한 뒤 모두 발언을 통해 "고심 끝에 현재의 국가위기 대처와 안정적 국정관리를 미루거나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국정 안정과 공정한 대선관리를 위해 대선에 출마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황 권한대행은 이어 "앞으로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의 막중한 책무에 전념하고자 한다"며 "두 달도 남지 않은 대통령 선거를 엄정하고 공정하게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사실 황 권한대행의 불출마는 예견된 일이었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진영에서는 황 권한대행의 출마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총리실 주변에서는 황 권한대행이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국가 비상상황에서 국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책임이 있는 황 권한대행이 대선에 출마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황 권한대행이 대선에 출마하는 경우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체제가 들어서 국정 불확실성이 가중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부터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이르기까지 현안이 산적해 있었다.

특히 황 권한대행이 대선에 출마하는 경우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해야 하는 '심판'이 '선수'로 뛴다는 비판이 불 보듯 뻔했다.

여기에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인용한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의 2인자가 대선에 출마하기에는 명분이 약해졌다는 분석도 있었다.

황 권한대행이 최근까지 대선 출마와 관련해 주요 인사를 만나거나 정책을 가다듬는 등의 움직임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불출마를 점치는 배경 가운데 하나였다.






여기에 황 권한대행의 지지율이 생각만큼 오르지 않았다는 사실도 황 권한대행이 불출마를 결정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보인다.

연합뉴스와 KBS가 지난 11∼12일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2천46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서 ±2.2%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황 권한대행의 지지율은 9.1%를 기록했다.

지난달 6일 발표된 연합뉴스·KBS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2%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인 11.2%에 비해 2.1% 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황 권한대행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직후 열린 국무회의에서 '공정한 선거 관리'를 강조하고 나선 것도 불출마를 시사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었다.

황 권한대행은 당시 "새로운 정부가 안정적으로 들어설 수 있도록 공정한 선거 관리 등 헌법과 법률에서 부여된 책무를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며 "새 정부의 원활한 출범을 위한 지원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황 권한대행이 이번 탄핵정국에서 보수 진영의 유력주자로 존재감을 부각한 만큼 향후 정치권에서 일정 부분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보수 진영에서는 이번 대선이 아니라고 해도 향후 어떤 방식으로든 '황교안'이라는 자산을 충분히 활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황 권한대행이 내년 6월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jesus786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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