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前대통령 자택 코앞 초등학생들…'에쿠스 오던 날' "무서웠다"

입력 2017-03-15 15:42   수정 2017-03-15 15:46

박前대통령 자택 코앞 초등학생들…'에쿠스 오던 날' "무서웠다"

지지자들 집회와 욕설에 학부모들 '집회금지 가처분' 추진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양지웅 기자 = "지지자건, 기자건, 경찰이건 사람이 모여있으니까 무서울 수밖에 없죠. 소리치는 것도 싫고 욕하는 것도 싫어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강남구 삼성동 자택은 삼릉초등학교와 말 그대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의 집 정문에서 삼릉초 후문까지는 열 걸음이면 된다. 현재 후문은 경호와 안전상의 이유로 굳게 잠겨있다.

후문을 이용해 등·하교하던 학생들은 빙 돌아서 정문까지 걸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학생들의 등교가 시작되면 경찰관과 학교 보안관이 정문 앞을 지켜서고 있다. 신원을 일일이 확인하고 나서야 문을 열어준다.

그렇다고 해도 학교에 오는 학생이나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의 마음이 편할 리 없다. 학교 앞까지 데려다주는 학부모도 부쩍 늘었다고 한다.

15일 오전 학교 앞에서 만난 박시언(12)군은 박 전 대통령이 집으로 돌아온 이달 12일을 '에쿠스 오던 날'로 기억했다. 박군은 "엄청나게 무서웠다"고 떠올렸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최희성(12)양은 운동장에서 체육수업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박근혜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탄핵무효'를 외치는 소리를 듣고 화들짝 놀랐다고 했다.

아버지 손을 잡고 등교한 이준성(11)군은 "요즘 학교 주변이 너무 시끄럽다"며 "집회를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군의 아버지는 "아이들에게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알려줄 기회이기 때문에 집회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욕설을 내뱉는 건 너무하지 않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삼릉초는 이날 오후 2시 학부모 총회를 개최했다. 1학기 학교교육과정 설명회 차원에서 박 전 대통령의 파면 전부터 예정돼 있었으나 이 문제가 안건으로 다뤄지지 않을 수 없다는 게 학부모들의 설명이다.

삼릉초에 다니는 3학년생, 6학년생 자녀를 둔 김모씨는 "오늘 집회금지 가처분신청서에 서명을 받는다고 했다"며 "아이를 둔 부모라면 모두 서명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앞서 삼릉초는 이달 13일 학부모들에게 가정통신문을 보내 "최근에 학교 주변에서 일어나는 상황들로 인해 우리 학교 어린이들의 등·하교 시 안전이 우려된다"며 협조사항을 전달했다.

가정통신문에는 ▲ 정문으로만 통행 ▲ 하교 후 부모님과 연락유지 ▲ 하교 후 운동장에서 놀지 않기 ▲ 방과 후 또는 휴일에 후문 근처 돌아다니지 않기 ▲ 낯선 사람을 따라가거나 이야기하지 않기 등과 같은 내용이 담겼다.


run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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