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자신의 이름을 지킨 개 이야기'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사람들은 무리를 지어 다닐 때, 늘 무언가를 두려워 한다. 나는 개라서 그 정도쯤은 쉽게 알 수 있다. 그들이 느끼는 두려움의 냄새가 곧바로 코에 전해지니까 말이다."
칠레 출신 작가 루이스 세풀베다(68)가 2015년 발표한 '자신의 이름을 지킨 이야기'(열린책들)는 개의 시선을 빌어 작가의 세계관과 문학관을 내보인 철학 동화다.
라틴아메리카 원주민인 마푸체족 마을에서 자연과 함께 자란 개 아프마우는 어느날 들이닥친 외지인들에게 끌려간다. 아프마우는 사슬에 묶인 채 사냥개로 혹독한 훈련을 받는다. 외지인들은 '카피탄'이나 '보비' 같은 이상한 이름을 붙이려 하지만 아프마우는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아프마우는 마푸체어로 '충직함'이라는 뜻이다.
아프마우는 외지인들이 총을 쏘면 재빨리 달려가 땅에 떨어진 부엉이며 개똥지빠귀를 찾아야 했다. 자연을 벗삼는 마푸체족과 함께 살 땐 상상도 못한 일이다. 아프마우는 총에 맞아 가쁜 숨을 쉬는 새를 발견하면 용서를 빈다.
외지인들은 자신들이 잡아둔 인디오 한 명이 탈출했다며 아프마우를 풀어주고는 그를 잡아오라고 명령한다. 인디오의 흔적을 되짚던 아프마우는 지금껏 잃어버린 것들의 냄새를 느낀다.
빵을 자르면서 경건한 마음을 갖지도 않고 숲을 통째로 베면서 아무런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외지인들이 아프마우의 눈에는 이상하게만 보인다. 작가는 인간과 개 사이의 우정과 연대를 그리면서 자연을 사랑하고 소수민족 문제를 전향적으로 바라볼 것을 촉구한다.
작가는 마푸체족인 작은 할아버지에게 어린 시절 들은 재미난 이야기 덕분에 작가로 살아올 수 있었다고 말한다. '마푸체'는 그들 언어로 '대지의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작가는 키녜(1), 에푸(2), 쿨라(3) 등 마푸체어로 각 장의 제목을 붙였고 책 말미에 마푸체어 해설도 실었다. 엄지영 옮김. 112쪽. 1만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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