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하면 선거법 위반'…지자체 행사·축제 연기 '비상'

입력 2017-03-16 07:30  

'자칫하면 선거법 위반'…지자체 행사·축제 연기 '비상'

벚꽃축제·태교교육·'시장과의 대화'까지 대선 이후로

선거법 '선거 영향 행사·상담 등 금지'…"하반기 몰리면 행사 차질 우려"

(수원=연합뉴스) 강진욱 김인유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에 따른 조기 대선을 앞두고 지방자치단체들이 준비한 행사와 축제가 줄줄이 연기되거나 취소되고 있다.

민원창구마저 폐쇄된 것에 대해 시민들의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지자체들은 선거법 위반 논란에 휩싸일 것을 우려해 '몸 사리기'를 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경기 안산시는 오는 29일 시청에서 열려던 지역사회보장협의체 간담회를 대선 이후로 미룬 데 이어 이달 중 25개 동별로 진행하려던 봄맞이 대청소 행사를 잠정 보류했다.

수원시는 지방 분권형개헌과 관련해 이달부터 다음 달까지 개최하려던 토크 콘서트 행사를 내부 논의 끝에 올 하반기에 몰아서 하기로 했다.

용인시도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려던 '용인시 공직자 교육 재능기부' 활동을 대선이 완료된 뒤로 미뤘다.

또 3∼4월 고등학교와 대학교, 군부대의 신청을 받아 성(性)과 태교에 대해 알려주는 '찾아가는 태교교육'도 잠정 보류한 채 대선 이후 시행하기로 했다.

매주 일반인 가운데 선정해 시장 체험 기회를 주는 '명예시장' 선정 이벤트도 당분간 중단할 계획이다.

대민 봉사와 시책뿐 아니라 축제도 줄줄이 연기됐다.

안산시 상록구 사2동과 축제위원회가 4월 첫주에 열려던 벚꽃축제는 5월 20일로 연기됐다.

평택시는 14일 남부문예회관 소공연장에서 열려던 '평택 대표축제 공청회'를 취소했다.

수원시도 다음 달 28일부터 30일까지 열려던 '2017 음식문화축제'를 5월 18∼22일 개최하는 것으로 선회했다.






당초 연등축제 기간에 맞춰 4월 개최하려 했지만 대선 때문에 불가피하게 5월 중순 이후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지자체들이 오랫동안 준비한 봄축제와 행사를 취소하거나 연기하게 된 것은 대통령 파면으로 예기치 않게 대선일정이 12월에서 5월 초로 앞당겨지면서 지자체가 개최하는 각종 행사가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자치단체장이 선거일 60일 전부터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교양강좌, 사업설명회, 공청회, 직능단체 모임, 체육대회, 민원상담, 기타 각종 행사를 개최하거나 후원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벚꽃축제 등 특정 날짜나 시기를 놓치면 안 되는 행사는 예외적으로 개최할 수 있지만, 괜한 오해를 사기 싫은 지자체가 이런 축제도 연기하는 것이다.

지자체가 지나치게 몸 사리기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안양시장이 매주 화요일 주민 민원을 듣는 '열린시장실'과 지역단체를 찾아가 대화하는 '찾아가는진심토크'가 취소되자 "지역주민의 민원 해결 창구가 대선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4일 안양시 열린시장실을 찾아가려던 주민 A씨는 "지난주 열린시장에서 시장과 만나 얘기한 뒤 이번 주 다시 만나기로 했는데 갑자기 일정이 취소됐다"면서 "지역주민이 시장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대선 때문에 민생행정이 중단돼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의왕시의 '찾아가는 시장실'과 '발로 뛰는 동장실', 과천시의 '이야기 한마당' 등 대민 상담창구도 모두 대선 이후로 연기됐다.

수원군공항이전 사업에 매진하고 있는 수원시는 이달 중 시행하려던 '화성지역 군공항 이전 설명회'를 예정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선관위에 유권해석한 결과 "정치적 발언이 없으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부대 예비이전 후보지로 선정된 화성 화옹지구 주민을 대상으로 설명회 규모를 줄이기로 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갑작스럽게 대선일정이 잡히는 바람에 미리 준비했던 행사와 축제일정이 엉클어져 버렸다"면서 "대선 이후 하반기에 일이 몰리게 되면서 장소 섭외나 행사준비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edgeho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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