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교 교실부터 공동육아까지…"낳아 기르기 좋은 사회로"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지난 15일 대전시 유성구 구암도서관 세미나실에 모인 10여명의 산모는 감미로운 음악 소리에 귀를 연 채 동화책을 천천히 읽어내려갔다.
5분도 안 되는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예비 엄마들은 뱃속 아이에게서 반응이라도 온 듯 이따금 입가에 미소를 짓기도 했다.
'도서관 태교, 아가랑 독서 태교 교실'에 참여한 산모들은 이어 색종이로 꽃을 접어 카드를 만들고, 속지에 사랑이 묻어나는 글과 시를 적어 넣으며 아이와 교감했다.
오는 7월 딸을 출산한다는 남은혜 씨는 "태중의 아이에 대해 더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잘 모르는 동화책에 대해서도 소개받고 읽는 방법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평일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 워킹맘은 '아이 낳기 좋은 사회 만들기'의 하나로 자치구에서 마련한 이런 프로그램이 '그림의 떡'일 수도 있다.
동화구연 지도사이자 육아 전문가인 김수현 씨는 그러나 "하루에 30분 정도 산책하며 태담을 나누는 것만큼 좋은 태교법은 없다"며 "아주 잠깐이라도 아이에게 말을 걸면서 안정을 취하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아예 토요일에 출산 장려 교육을 하기도 한다.
유성구는 이번 달부터 11월까지 매월 둘째·넷째 토요일에 '출산 전 모유 수유 교육'을 한다.
지역 산부인과·산후조리원과 협약을 통해 진행하는데, 구에 주소를 둔 임신부라면 누구나 무료다.
출산율 높이기에 고심하는 건 대전 서구도 마찬가지다.
합계 출산율 1.22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평균(1.23명)보다 낮은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고자 지난해 말 '한 자녀 더 갖기 운동' 선포식을 하는 등 출산 장려 분위기 조성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서구는 특히 가정 내 보육 부담을 덜어주고자 2년 전부터 이웃과 함께하는 공동육아 나눔터를 운영하고 있다.
가족품앗이로 부르기도 하는 공동육아는 같은 지역 이웃과 그룹을 만들어 육아 정보를 나누는 한편 학습이나 돌봄 등 부모 각자가 가진 재능을 공유하는 활동이다.
공동육아 나눔터에선 자녀 양육에 관한 경험과 정보를 지역 주민 간 품앗이를 통해 함께 나눈다. 도서·장난감·육아용품 대여나 영유아 놀이 프로그램도 지원한다.
서구 관계자는 "한 달에 300명 가까이 센터를 찾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며 "영·유아 자녀를 둔 가정이면 나눔터를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축기 지원, 민간 자율 참여 할인혜택 제공, 한방난임치료비 제공 등도 눈길을 끈다.
중구는 저출산 극복을 위한 출산장려 홍보와 교육을 지속해서 시행하는 한편 저소득 가임기 여성을 대상으로 무료로 풍진검사를 추진해 2014년 '보건복지부 표창'을 받기도 했다.
대덕구와 동구는 난임 부부시술비 지원이나 저소득층 기저귀·조제분유 지원 등정부 시책을 중심으로 지역특성에 맞춘 정책 개발에 부심하고 있다.
산모들은 그러나 자치단체의 접근법이 현실과 동떨어졌거나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임신 4개월 차 의료인 김모(33·여) 씨는 "낳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쪽으로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걸 정부나 지자체도 잘 알 텐데 실천이 어려운 것 같다"며 "출산과 육아가 고통이 아닌 기쁨이 될 수 있도록 자기 일이라고 생각하고 정책을 손질해 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walde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