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건 건축이 아니라고요? 이게 '진짜 공간'이죠"

입력 2017-03-15 17:07  

"이런건 건축이 아니라고요? 이게 '진짜 공간'이죠"

건축가 홍윤주씨, '진짜 공간' 출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건축가 홍윤주씨는 건축과를 졸업한 뒤 건축사무소에서 남해섬에 지어질 리조트 설계일을 맡았다.

그는 프로젝트 내내 '정통 유럽식 고품격 럭셔리'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석조 건물도 아닌데 필요도 없는 기둥을 가짜로 덧붙여야 했고 한국 섬에 '정통 유럽'을 집어넣는 일에 질린 저자는 회사를 때려치웠다.

그가 접한 아파트 광고 역시 마찬가지였다. 광고 속 아파트들은 네모 박스의 콘크리트였지만 저마다 '정통', '유럽식','고품격','럭셔리'를 강조했다.

이런 식의 건축에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한 홍씨는 건축가가 지은 작품으로서의 건축이 아닌, 사람들의 생활과 밀착된 공간인 '진짜 공간'을 찾아나섰다.

신간 '진짜공간'은 저자가 2011년 웹진 '진짜공간'(jinzaspace.com)을 통해 6년간 탐구해온 삶과 밀착된 생활공간들을 소개한 책이다.

저자는 우선 '내 방을 보여줘'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잡지에 나오는 것 같은 멋진 집 대신 각종 세간살이가 널려 있는 '진짜' 방을 소개하는 프로젝트다.

지은 지 50년이 넘은 아파트, 옥탑방, 11평짜리 다가구 주택, 장기전세아파트까지 우리 이웃이 사는 공간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사실은 우리 다 이렇게 살잖아."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이어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공간들로 눈을 돌린다.

틈 없이 벽을 맞붙여 다닥다닥 지은 '맞벽건축물', 비슷비슷한 것 같지만 주인의 개성이 살아있는 동네 슈퍼와 과일가게, 정대칭으로 똑같이 지은 쌍둥이 집들… 대로변 번듯한 건물들 뒤로 들어가면 쉽게 볼 수 있는 생활 건물들이다.

건물 경비실도 나름의 개성을 가진 '진짜 공간'이다. 주차장 관리소, 옥탑경비실, 서울 한남동 부촌의 경비초소들까지 다양한 경비실도 들여다본다.

책에 소개된 공간들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건축'하면 떠올리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건 건축이 아니야"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이것도 건축이죠"라고 답한다.

저자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엄연히 존재하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 공간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좋다, 나쁘다를 판단하기 이전에 존재하는 것들을 드러내 놓는 것, 있는 현상 그대로를 기록하는 것, 일단은 여기까지가 나의 몫"이라고 말했다.

프로파간다 펴냄. 444쪽. 1만5천원.

zitro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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