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5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황 권한대행은 임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저의 대선 참여를 바라는 국민의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고심 끝에, 현재 국가위기 대처와 안정적 국정관리를 미루거나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금 대한민국은 대통령 궐위에 더해, 국내외 안보와 경제 분야의 점증하는 불확실성으로 복합적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면서 "앞으로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막중한 책무에 전념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대통령 파면에 따른 조기 대선일을 '5월 9일'로 정했다. 불과 55일 뒤다. 하지만 대선과 관련한 주요 불확실성이 대부분 해소돼, 대선 구도는 한층 더 선명해졌다.
황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국면을 거치면서 범보수 진영의 유력 대선 후보로 급부상했다. 작년 12월 국회의 탄핵소추로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뒤 헌법에 따라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다. 그후 여러 차례 여론조사에서 보수권 1위를 거의 놓치지 않았다. 전체 후보 순위에선 더불어민주당의 안희정 지사와 2위를 다투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대구·경북(TK)에서는 30%대의 지지율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법무부 장관 재직 시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해산 결정을 이끈 경력과 단정하고 안정적인 이미지가 보수 후보로서 장점으로 꼽혔다. 자유한국당은 경선 룰의 편파성 논란까지 감수하며 황 권한대행한테 '러브콜'을 보냈다. 그러나 황 권한대행의 출마 포기로 한국당의 보수 '표' 선점 시도는 무산됐다.
황 권한대행은 국무회의 발언에서 '고심 끝'에 내린 결정임을 숨기지 않았다. 사실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가 대선 여론조사에 오르내린 것 자체가 상당히 불편한 일이다. 대통령 탄핵 이전에는 더욱 그랬을 것 같다. 조기 대선은 대통령 탄핵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탄핵 이후에는 위기에 처한 보수 진영에서 황 권한대행의 구원등판론이 더 강해졌다. 하지만 황 권한대행이 불출마를 결심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다. 대통령 궐위의 국정위기 상황에서 권한대행 총리가 대선에 뛰어드는 것은 여러 모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권한대행으로서 조기 대선을 공정히 관리하고 탄핵 위기의 현상관리에 주력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책무이다.
예전의 야권은 황 권한대행의 불출마 선언에 '당연한 일'이고 '올바른 결정'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속내까지 그렇게 단순할 것 같지는 않다. 본의와 무관하게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황 권한대행의 퇴장은 대선 판도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한때 15%를 넘나들던 지지율의 분산과 재결집 향배가 관심거리다. 하지만 황 권한대행은 스스로 약속한 것처럼 본연의 책무에 전력하는 것이 좋다. 대선의 공정한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당장 청와대 기록물 문제가 시끄럽다. 더불어민주당 등 구 야권은 벌써 황 권한대행이 대통령 기록물 지정을 하지 못하도록 압박 공세를 펴고 있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사적인 측면에 끌리면 그릇된 결정을 내리기 쉽다. 매사 법과 원칙에 따라 정정당당하게 임하는 것이 최선이다. 황 권한대행이, 정략에 따라 춤추는 정치권 주장에 너무 흔들리지 말고 공정하게 정도를 가기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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