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불확실성 커지자 관망…투자처 찾지만 적극 매입은 자제
선호 1순위는 강남…수익형 상가, 초과이익환수 피한 재건축 관심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큰 손들도 요즘은 말그대로 '정중동(靜中動)'이에요. 큰 변화를 앞둔 시기니까 신중한 분위기죠. 그런 가운데서도 부동산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높습니다."
16일 한 시중은행 프라이빗뱅킹 부동산 투자자문 담당의 말이다.
최근 경제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현금성 금융자산만 최소 10억원 이상 보유한 자산가들의 부동산 투자에도 관망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재건축 아파트와 수익형 상가 건물을 잡기 위해 적극적인 매입에 나섰던 '큰 손'들이 최근엔 시장을 한발짝 떨어져서 예의주시하는 신중 모드로 바뀐 것이다.
평소 과감한 의사결정과 선제적 투자로 '큰 손'의 위력을 과시해왔지만 미국발 금리인상에다 '장미 대선'을 앞두고 국내 금융시장과 경제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부자들도 한템포 쉬어가는 분위기다.
국민은행 박합수 도곡스타PB센터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대선 정국으로 들어서면서 부자들도 바뀌는 부동산 정책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지지율이 높은 대선 후보들의 공약들이 대부분 부자 증세,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강화, 전월세 상한제 도입 등 부자들에게 불리한 정책이 많다보니 과감한 투자는 자제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최근 1∼2년새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랐는데 하반기 이후 부정적 시장 전망이 늘면서 심리적인 가격 저항감도 커진 상태"라며 "뭉칫돈을 손에 쥐고 투자처를 찾기 위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그러나 자산가들의 부동산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고 한다.
대출금리가 계속 상승하고 있지만 예금금리는 바닥에서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보니 부동산 만한 투자 대안이 없어서다.
이 때문에 물 위에 떠 있는 백조처럼 실제 매입은 신중하게 고민하면서도 불황기에 좋은 투자 매물을 찾기 위한 물밑 작업은 여전히 활발하다.
NH투자증권 WM리서치부 김규정 전문위원은 "부자들은 현금성 자산이 많다보니 대출 금리 오르는 것보다 예금금리 수준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시중에는 유동성이 넘치고 저금리 기조하에 별다른 투자 대안도 없다보니 요즘에도 부동산 매입 문의는 꾸준히 들어온다"고 말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 실질 예금금리는 마이너스 수준이지만 소규모 빌딩이나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은 연 3∼4%의 수익은 나오고, 자본이득(시세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며 "자산가들에게 부동산은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포트폴리오 수단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큰 손들이 가장 좋아하는 투자 대상은 무엇일까.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강남의 소규모 상가 빌딩을 꼽는다.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박원갑 수석전문위원은 "매입가격의 30∼50%가량 레버리지(대출)를 일으켜 50억원 안팎의 꼬마빌딩을 사달라는 요구가 가장 많다"며 "사무실보다는 안정적인 임대수입을 올릴 수 있는 리테일(소매점), 업종도 편의점이나 화장품 가게, 먹자골목 내 음식점이 가능한 건물들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최근 사드 영향으로 중국 관광객들이 감소하고 김영란 법 시행으로 일부 상가 임차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부자들은 시세보다 싼 건물을 수월하게 살 수 있는 기회로 여긴다.
원빌딩부동산중개 김현섭 팀장은 "최근 경기가 나빠지면서 팔려고 내놓는 상가들이 있는데 반대로 돈을 들고 사려고 대기하는 수요자들도 많다"며 "대선 정국에 들어가기 전까지 실제 거래도 많이 성사됐다"고 말했다.
부자들의 투자 선호지역은 강남이 1순위다. 글로벌 금융위기 등 '쇼크' 수준의 외부 악재가 오지 않는 한 일반적인 불황기에는 강남을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여기는 경향이 높다는 것이다.
박원갑 위원은 "신사동·압구정동·논현동 등 강남의 선호도가 절대적"이라며 "그 외에는 홍대나 서교동, 성수동 등 상대적인 '핫플레이스'를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도 여전히 관심이다.
부동산 큰 손 들은 지난해 강남·서초·송파·목동 등지의 재건축이 가능한 초기 아파트 단지까지 싹쓸이 매집을 했던 터다.
그러나 최근들어 작년과 같은 공격적인 투자는 자제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우리은행 안명숙 고객자문센터장은 "재건축 아파트는 묻어두기식 투자와 부자들의 자녀 사전 증여용 상품으로도 인기가 높다"며 "다만 내년부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활이 부각되면서 올해들어서는 사업 초기의 단지보다는 초과이익환수를 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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