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프랑스 유럽연합의 일부"…개헌해야 탈퇴 가능
대선직후 총선에서도 과반 의석 얻어야…국민전선, 하원 577석 중 2석에 불과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프렉시트'(Frexit)를 공언하고 있는 마린 르펜(48)이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면 정말 프랑스의 EU 탈퇴 작업이 본격화될까.
르펜의 국민전선(FN)이 의회권력에서 기존 정당들에 크게 밀리는 데다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하고 있는 프랑스 헌법 등으로 인해 르펜이 프렉시트에 나서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영국의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현지시간) 분석 기사에서 르펜이 프렉시트 국민투표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헌법상 장애물들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우선, 불문법(不文法) 체계인 영국과 달리 성문헌법을 가진 프랑스에서는 헌법에 "공화국은 유럽연합의 일부"라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EU 탈퇴를 위해서는 헌법 개정이 필수적이다. 헌법 89조에 따르면 헌법 개정안은 정부가 발의해 의회 상·하 양원의 승인을 거친 뒤 국민투표 또는 의회 재적 인원의 60%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가능하다.
현재로써는 당선 가능성이 낮은 르펜이 실제로 집권에 성공하더라도 6월 치러지는 총선에서 국민전선이 의회의 과반을 차지해야 프렉시트 절차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프랑스 하원은 577석으로, 개헌을 위해 최소 289석이 필요한데, 현재 국민전선의 의석수는 2석에 불과하다. 상원은 총 348석이지만, FN은 마찬가지로 2석에 그치고 있다.
아무리 극우와 고립주의의 바람이 불더라도 2석에서 289석(하원 기준)으로 혁명수준의 도약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FN이 프렉시트에 동조하는 세력을 끌어들여 연대한다는 시나리오도 있지만, 이 역시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
현재 주요 대선후보 중 유럽연합 탈퇴를 내세운 인물은 르펜 외에 '프랑스 앵수미즈'의 강경좌파 후보 장뤼크 멜량숑 뿐이다.
르펜과 멜랑숑은 극우와 극좌의 대척점에 선 인물로, 유럽연합 문제 외에 시각이 완전히 달라 연대 가능성이 작을 뿐 아니라, 연대에 성공하더라도 그 영향력은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FN 측은 대통령이 독자적으로 국민투표를 추진할 수 있다면서 그 근거로 헌법 11조를 들고 있다. 실제로 샤를 드골이 이 조항을 이용해 1962년 헌법 개정에 성공한 바 있지만, 이후 헌법재판소의 승인을 거쳐야 국민투표를 진행할 수 있다고 수정돼 이 마저도 쉽지 않다.
르펜이 이런 험한 장애물들을 넘고 넘어 실제 프렉시트를 국민투표에 상정한다 해도 가결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프랑스는 독일과 함께 유럽연합의 양대 축으로, 유럽연합 탈퇴안을 국민투표로 가결한 영국보다 유럽이라는 정체성이 훨씬 강하다.
나치의 점령 피해를 직접 본 적이 있는 프랑스는 전쟁 예방이라는 EU의 대목표에 훨씬 더 공감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10월 유로바로미터 조사에서 프랑스 국민의 53%가 유로화가 프랑스에 이익이 된다고 답한 바 있다.
하지만 실제 프렉시트에 이르기까지의 험난한 과정과는 상관없이 르펜이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 자체만으로 세계 경제에 엄청난 충격파를 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은 르펜이 대선에 승리할 경우 프랑스 정부가 역대 최악의 디폴트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일제히 내놓은 바 있다.
시티은행 애널리스트 하빈더 시안은 FT에 "르펜이 승리하면, 시장은 패닉모드에 돌입하고 EU는 존립 자체가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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