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종목에 지정돼…"도시바메모리 주식 담보로 협조융자 애걸 신세"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그동안에는 상당한 문제가 있어도 주주가 40만명이 넘고 종업원이 17만명이나 되기 때문에 상장 유지가 당연시됐지만, 이젠 이들조차 방패가 못 된다."
그룹해체 위기를 맞은 일본 도시바(東芝)의 운명이 막다른 골목에 내몰렸다. 도시바는 15일 상장 유지를 목표로 내부관리체제 개선 보고서를 도쿄증권거래소(이하 거래소)에 다시 제출했지만 시장은 냉랭하다.
거래소가 보고서를 바탕으로 투자자들에게 주의를 경고한 '특설주의시장상표(종목)' 지정에서 도시바를 해제할지 여부에 대해 시장이 주목하지만 상장폐지까지 거론되는 상황이어서 그렇다.
16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도시바의 상장폐지 여부를 가를 거래소의 한 간부는 "이대로 가면 상장폐지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도시바가 미국 원자력발전 자회사인 웨스팅하우스의 임원이 부하에게 압력을 가한 문제 때문에 결산을 발표할 수 없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엄격한 심사 잣대를 들이댈 태세다.
도시바는 15일 재제출한 보고서에 해외 원전사업의 리스크 차단, 그룹회사 리스크 관리, 법령주수 위반 엄격 처리 등을 내부관리체제 강화 항목에 추가해 관리체제 강화를 약속했다.
도시바는 2015년 봄에 발각된 회계조작 문제로 같은 해 9월 내부관리체제의 개선이 필요한 특설주의시장종목으로 지정돼 작년 9월에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새로 자회사 회계부정이 발각됐다.
이에 따라 거래소는 작년 12월 내부관리체제 개선이 불충분하다면서 특설주의시장종목 지정 해제를 연기하고, 보고서를 재제출하라고 도시바에 요구하게 됐다.
거래소는 게다가 15일 도시바가 상장폐지 우려가 있다며 '감리종목'으로도 지정하고, 보고서 재제출을 받아 특설주의시장종목 지정을 해제할지, 상장을 폐지할지 심사를 재개한다.
기업의 첫 상장 심사에 버금갈 정도로 까다롭다는 심사는 최소 수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 정도 걸릴 전망이다. 그런데 이번 심사를 앞둔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한다.
도시바가 새롭게 미국 원전사업 손실규모 축소를 위해 임원이 부하에게 부적절한 압력을 가했다는 조사가 길어지고, 결산 발표가 두 차례나 연기되는 등 심사에 악영향을 줄 일들만 잇따라서다.
거래소 관계자는 "내부관리 문제가 정리되지 않아 결산조차 발표할 수 없는데 내부통제가 개선됐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는가. 보고서의 완전성, 신용성이 의문"이라고 아사히에 말했다.
도시바의 거래 은행들도 점차 냉랭해지고 있다. 도시바는 15일 거래 금융기관 설명회를 통해 4월말까지의 협조융자를 계속해달라고 요청했다. 4월1일 출범할 도시바메모리 주식도 담보로 제안했다.
도시바에 거액을 융자하고 있는 주거래 은행 3곳은 고육책으로 계속 지원 방침을 보였지만 일부 거래은행에서는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아 판단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시즈오카은행의 나카니시 가쓰노리 행장은 기자들에게 "융자 계속 여부는 반도체 사업의 매각이나 원전 사업의 축소 등 대응책을 확실히 보고 나서 판단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상장 폐지설이 나돌면서 도시바 주가는 전날 12% 폭락한데 이어 16일 개장과 함께 1%대 중반 하락한 186엔(약 1천860원)대를 기록한 뒤 보합권을 맴돌았다.
전날 도시바의 주식 거래량은 도쿄증시 1부에서 가장 많아 단타 매매자들의 투기 대상이 되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시가총액은 7천900억엔대로 줄었다.
tae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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