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쏘시개 기대했던 佛·獨 극우 비상" vs "진짜 시험대는 佛 대선"
높은 투표율, 과도한 反이슬람·反난민 전략, 트럼프 피로현상 여파
(헤이그=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올해 선거의 해를 맞이한 유럽에서 15일(현지시간) 처음 실시된 네덜란드 총선 결과 헤이르트 빌더르스 자유당(PVV) 대표가 당초 예상에 미치지 못하는 졸전을 보이면서 프랑스와 독일의 극우 정당과 극우 성향의 정치인들도 타격을 받을 것이란 관측을 낳고 있다.
유럽의 대표적인 극우 포퓰리스트 정치인인 빌더르스 대표가 이끄는 PVV가 참여한 네덜란드 총선은 작년 영국의 브렉시트(EU 탈퇴) 결정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세력을 키워온 유럽 극우 포퓰리즘 정치의 첫 시험대 또는 리트머스시험지로 간주돼 왔다.
이들은 PVV가 네덜란드 제1당이 되거나, 제1당이 못되더라도 선전하며 존재감을 확인할 경우 이 성과를 불쏘시개로 삼아 유럽에서 반(反)유럽연합·반(反)이슬람·반(反)난민을 공통으로 주장하는 극우 포퓰리즘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내심 기대해왔다.
더욱이 올해 1월초까지만 해도 PVV는 여론조사에서 하원 의원 150석 가운데 30석 이상을 차지하며 제1당을 거머쥘 것으로 예상돼 왔다. 또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여온 최근에도 제1당은 못되더라도 두 자리수 이상 의석수를 늘리며 확실한 제2당은 차지할 것으로 전망돼 다른 유럽국가 극우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의 기대를 모아왔다.
하지만 개표 결과 PVV는 제1당인 자유민주당(VVD)에 크게 뒤진 물론 기독민주당(CDA)·민주66당(D66)보다 1석 많은 20석으로 간신히 제2당이 됐다. 2012년 총선보다 의석수를 5석 늘린데 그친 것이다.
유럽 정치권에 태풍을 몰고 올 것으로 기대했으나 '찻잔 속 태풍'에 머문 셈이다.
이에 따라 오는 4월 23일 1차 선거와 오는 5월 7일 결선 투표를 앞둔 프랑스 대선에 출마한 국민전선(NF)의 마린 르펜 후보와 오는 9월 24일 독일 총선에서 사상 첫 원내진출 등 약진을 노려온 독일대안당은 실망과 함께 선거준비에 비상이 걸렸다.
빌더르스 대표는 그동안 다른 유럽 국가의 극우 포퓰리스트 정치인들과 정치적 지향이 비슷하더라도 연대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며 철저하게 '독자노선'을 걸어왔다.
하지만 그는 올해 1월엔 독일 코볼렌츠에서 정치색깔이 비슷한 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전선 대표와 독일대안당 대표와 회동하는 등 적극적으로 이들과 손을 잡았다. 공동운명체임을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빌더르스 대표의 사실상 선거 패배가 대선과 총선을 앞둔 프랑스와 독일의 극우 포퓰리스트 정치인에게도 타격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제1당을 지킨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는 유럽 극우 포퓰리즘의 도미노를 막았다고도 자평했다.
물론 네덜란드 유권자들의 평가가 프랑스, 독일에서도 똑같이 나타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일각에서는 유럽 극우 포퓰리즘의 진짜 시험대는 프랑스 대선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프랑스 대선에선 르펜 후보가 1차 투표를 무난히 통과해 결선에 진출할 것일 유력해 보이기 때문이다.
예상과 달리 PVV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것은 일차적으로 높은 투표율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의 이날 투표율은 지난 2012년 총선의 74%보다 7% 포인트 이상 높은 82%에 육박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빌더르스 대표가 내세워온 '과격한' 공약을 우려한 유권자들이 대거 투표에 참여해 심판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반 유권자들의 기성 정치권에 대한 반감을 자신들에 대한 지지로 유도하기 위해 EU 탈퇴와 반(反)이슬람과 같은 공약을 과도하게 활용한 것도 오히려 유권자들로부터 외면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적인 예로 선거 막판에 불거진 터키와의 외교분쟁 격화가 반이슬람·반난민을 주장해온 빌더르스 대표보다 뤼테 총리가 이끄는 VVD나 차분한 대응을 주장해온 CDA, D66 등이 여론으로부터 더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조사 결과가 이를 잘 말해준다.
빌더르스 대표는 이번 선거 과정에 집권하면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를 폐쇄하고 이슬람 경전인 쿠란을 금지하며 이슬람난민에게 국경을 봉쇄하겠다며 네덜란드 내 반(反)이슬람 정서에 불을 지폈다.
빌더르스 대표가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좌충우돌하는 정책을 내놓으며 유럽인들의 우려와 반감을 산 점도 '네덜란드의 트럼프'로 불린 빌더르스가 유권자들의 신임을 받는데 걸림돌이 됐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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