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민족문제연구소가 부산 경남고 교정에 8년 전 건립된 '친일파' 안용백 동상을 철거하라고 요구하는 가운데 학교와 동문회 측이 고민에 빠졌다.
안용백 흉상은 2009년 4월 30일 개교기념일 때 졸업생이자 재일교포인 강모(83) 씨의 기증으로 경남고 교정에 세워졌다. 강씨는 당시 5억원의 장학금도 기부했다.
민족문제연구소 부산지부는 친일파 동상을 교정에 세우고 친일 이력에 관해 설명하지 않는 것이 친일파를 미화하고 학생 교육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경남고 초대 교장인 안용백은 일제 강점기에 조선총독부 관료를 지냈다.
1941년 총독부 기관지인 '조선'에 일본 정신을 체득해 내선일체를 이루자는 글을 기고하는 등의 친일 행위로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 행위자 704인에 포함됐다.
1982년 광주시 중외공원에 안중근 동상 등과 나란히 설치됐던 안용백 동상은 시민단체의 거센 항의에 2013년 철거됐다.
이종민 민족문제연구소 부산지부장은 "오는 21일 경남고 정문에서 동상 철거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며 안용백의 친일 행위를 정리한 팸플릿을 학생들에게 배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교와 동문회는 내부 협의 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남중·고 동문회 관계자는 "안용백 동상을 도서관 뒤쪽 등 학내 후미진 곳으로 옮기는 방안을 동문과 학교 측과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경남고 관계자는 16일 "졸업생이 동상을 세운 만큼 철거나 이전을 하려면 내부 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안용백 동상이 교육적인 효과가 있는지, 학생들에게 귀감이 되는지 등을 동문이나 학교 구성원과 협의해 철거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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