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놀족·아싸 느는데 '단체 문화' 강요는 그대로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대학가에 만연한 '단체 문화'와 이를 거부하는 학생 간의 갈등이 드러나고 있다.
이달 4일 인천의 한 A 사립대학교 학생은 "학과 MT를 가지 않는데도 돈을 필수로 내라고 한다"는 글을 사회적 관계망 서비스(SNS)에 올렸다.
해당 학과 학생은 수련모임(MT)에 반드시 참가해야 하고 MT를 가지 않는 경우에도 참가비 5만원을 무조건 내야 한다. 단과 학생회에서 단체로 맞추는 점퍼를 모든 학생이 필수로 사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 제보자는 '때리고 얼차려 시키는 것만 군기가 아니라 이런 강요도 군기'라며 획일화한 단체 문화를 꼬집었다.
'고등학생들도 수학여행 가기 싫으면 안 간다', '이런 게 똥 군기인 줄 모르는 똥 군기'라는 비판의 댓글도 이어졌다.
해당 학생회 관계자는 "필참(필수 참가)으로 하지 않으면 간다는 학생이 거의 없고 학과 행사를 제대로 진행하기 어려워서 신입생 수와 재학생 수대로 버스나 숙소 예약을 미리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전이라면 당연하게 받아들였을 대학가의 단체 문화에 반기를 드는 학생이 많아지면서 나타나는 새로운 갈등이다.
개인주의가 확산하면서 '혼놀(혼자 놀기) 족'과 '아싸(아웃사이더)' 문화는 자리 잡았지만, MT와 새터(새내기 배움터) 등 단체 활동이 필수인 대학가 문화가 여전해 서로 부딪치는 일이 잦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는 실제 소외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카페도 속속 개설돼 사회적 흐름을 이끌고 있다. '아웃사이더 카페'와 '친구 없는 사람들을 위한 카페' 등의 회원 수는 각각 2천 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 때문에 대다수의 학교에는 '필참'으로 대변되는 구습이 여전하다.
MT를 비롯한 학과·단과 행사 참가율이 점점 떨어지자 억지로라도 학생들을 참여시키려는 강요 아닌 강요가 벌어지고 있다.
학생들은 이슈화하는 폭행이나 군기 잡기가 결국 반강제적인 단체 문화에서 나오는 만큼 대학가도 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올해 수도권의 한 대학 새내기가 된 김모(19)씨는 "소수 학과일수록 학과 행사에 참여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생길 수 있어 가기 싫어도 가야 한다"며 "결국 후배에게 뭐든 '강요할 수 있다'는 생각이 군기 잡기로도 이어지는 것 아니겠냐"고 했다.
지난해 서울의 한 대학에 입학한 서민주(20·여)씨도 불합리한 강요는 군기의 일종이라고 꼬집으며 "하기 싫은 걸 억지로 시킨다고 선후배 사이가 좋아지는 게 아닌데 왜 구습이 계속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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