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6년 시리아, 제2의 이라크·레바논 되나

입력 2017-03-16 14:33  

내전 6년 시리아, 제2의 이라크·레바논 되나

아사드는 건재…종착점 보이는 않는 소모적 대리전

2차대전 후 인류가 만든 최악의 재앙…사망 50만 명·난민 500만 명

(서울=연합뉴스) 정광훈 기자 =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에 반대하는 민중 봉기에서 '미니 세계대전'으로 번진 시리아 내전이 6년을 맞았지만, 아사드 정권은 여전히 건재하고 분쟁의 종착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소모전으로 50만 명 가까운 사망자를 냈고, 500만 명이 난민 신세로 전락했지만, 국제사회의 분쟁 종식 노력은 겉돌고 있다.

정권 타도 기대에 부풀었던 무장 반군 세력은 지난해 12월 알레포에서 참패했다. 권력 공백 지역을 차지하며 세력을 확장하던 수니파 극단주의 세력 이슬람국가(IS)는 점령지 대부분을 잃고 마지막 저항에 매달리고 있다.

아사드 정권은 확실한 승리를 챙기지 못했지만, 건재를 과시했다. 분명한 승자도 패자도 없는 분쟁의 미래는 이라크, 레바논의 암흑기와 다를 바 없을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 반아사드 민주화 시위가 촉발한 내전

시리아 내전은 2011년 3월 15일 남부 다라에서 시작된 반정부 민주화 시위를 기점으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시아파 분파인 소수 알라위파 대통령 정권의 장기 집권과 차별 정책에 항의하는 다수 수니파 주민들이 항거에 나섰다. 당시는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가 중동 북아프리카 일대를 휩쓸던 시기였다. 튀니지와 이집트의 장기 독재 정권이 민중 시위에 무너졌고, 예멘과 리비아에선 장기 독재자가 축출됐지만, 아직 내전 상황에 빠져있다.

아사드 정권은 무자비한 폭력 진압에 나서 민중 봉기를 국제적인 대리전으로 몰고 갔다. 초기에만 해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서방 지도자들은 아사드 정권이 조기에 붕괴하고 민주화 바람이 시리아까지 덮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아사드 정권은 공고한 지지층과 군부·경찰, 시아파 종주국 이란, 레바논의 시아파 민병대 헤즈볼라 등의 도움으로 수니 아랍국들의 배후 지원을 받는 반군세력을 압도했다. 1년 6개월 전 러시아가 아사드 정권의 구원 세력으로 나서면서 내전 양상이 급격히 시리아 정부 우세로 기울었다. 러시아군의 공습 지원을 받은 정부군은 지난해 12월 반군 최대 거점 알레포를 장악했다.

시리아 정부군은 2013년 8월과 9월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 반군 지역에 화학무기 공격을 가하면서 국제사회의 공분을 샀다.

오바마 대통령은 내전 개입을 경고했지만, 이라크 전쟁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겪은 실패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았다. 다른 서방국들도 아사드 정권의 퇴진을 외쳤지만,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만 아사드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꿰뚫고 오랜 우방인 시리아 군사 지원에 나섰다.

러시아의 개입과 시아파 진영의 아사드 정권 지원에 맞서 반군 측을 간접 지원하는 미국 등 서방국들과 수니 아랍국들까지 뒤엉켜 내전은 미니 세계대전을 방불케 하고 있다.



◇ 2차대전 후 최악의 인명피해

6년간의 내전은 복구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시리아 전역을 황폐화시켰다. 찬란했던 고대 아랍 문명과 기독교·이슬람 문화 유적이 온전한 곳이 없을 정도로 파괴됐다.

인명피해는 2차 대전 후 최악이라고 할 만큼 심각했다. 제대로 된 집계가 없지만 대략 40만~50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전체 인구의 절반이 집을 떠나 난민으로 전락했다. 시리아 정부군뿐 아니라 친정부 민병대와 반군 및 외국 부대원, 극단주의 세력까지 합쳐 수십만 명이 사망했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시리아 국민 490만 명이 전쟁을 피해 외국으로 탈출했고, 국내 피란민도 630만 명이나 된다. 어린이 1만7천 명을 포함해 민간인 1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은 최근 보고서에서 내전 이후 태어난 시리아 어린이 300만 명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해 "전쟁밖에 모른다"고 밝혔다. 학교와 의료시설도 대부분 파괴돼 복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자이드 빈 라아드 자이드 알후세인 유엔 인권 최고대표는 최근 시리아를 거대한 '고문실'로 표현하면서 시리아 상황을 "2차 대전 이후 인간이 만든 최악의 재앙"이라고 개탄했다.



◇ 제2의 이라크·소말리아 되나

CNN 방송은 내전 이후 분열된 시리아에는 극단주의 세력이 계속 남아 진화하고, 불안정한 상황은 갈수록 심화하며, 보금자리를 잃은 민간인의 이동도 계속될 것이라고 15일 예상했다.

미군 주도 동맹군은 IS 격퇴전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을 거점에서 몰아내는 데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IS 격퇴전에서는 미국과 러시아, 복잡다단한 반군세력까지 공동 전선을 형성했다.

그러나 IS 격퇴전의 최대 수혜자는 아사드 정권이라고 할 수 있다.

아사드 정권은 국토 대부분을 통제하진 못하지만, 전투에서 속속 이기며 정권 유지에 자신감을 찾아가고 있다. 아사드 정권이 존속하고 수니 아랍국들이 반군 지원을 멈추지 않는 한 전쟁이 쉽게 끝나기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시리아가 1차 걸프전 이후의 이라크와 비슷한 상황에 들어갈 것이라고 점치는 견해도 있다. 정권의 정통성이 흔들리고 유엔 제재로 경제는 피폐해졌지만 사담 후세인은 권좌에 계속 남았던 이라크 상황을 따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시리아 내전이 소말리아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범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시리아 내전 특집기사에서 시리아가 사우디 등 걸프 아랍국들의 도움을 받는 반군 지역과 정부 통제 지역으로 나누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여권을 발급하고 우표를 발행하며 유엔에 상주대표까지 파견하는 정부가 엄연히 존재하지만, 정부가 국토 전체를 통제하지 못하는 소말리아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시리아 현 상황이 1975~90년 내전 기간 경쟁적 민병조직들에 의해 국가가 사분오열됐던 레바논을 닮아갈 수 있다는 암울한 경고도 나오고 있다.






barak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