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파워' 국방만 늘린다…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예산(종합)

입력 2017-03-16 17:07  

'하드파워' 국방만 늘린다…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예산(종합)

환경·대외원조·예술·취약층 '외면'…멕시코 장벽 비용도 포함

공화당 내부서도 반발…의회 험로 예고



(서울=연합뉴스) 이준서 김아람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른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예산안'이 윤곽을 드러냈다.

국방비를 대폭 증액하되 다른 부처 예산들은 줄줄이 삭감하는 게 골자다.

전임 오바마 행정부의 '소프트 파워' 외교에서 '하드파워' 군사력으로 예산의 초점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 언론들은 15일(현지시간) 2018회계연도 예산안(2017년 10월∼2018년 9월)의 주요 내용을 사전 입수해 일제히 보도했다.

'아메리카 퍼스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예산 청사진'이라는 제목으로 작성된 이번 예산안은 16일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안서에서 "미국인의 안전을 최우선시하겠다"면서 "안전없이 번영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에 공개되는 예산안은 미 연방정부 총예산 약 4조 달러(약 4천700조 원) 가운데 재량지출(discretionary spending)에 해당하는 1조 달러 규모다.

나머지는 법률 등에 의해 집행되는 의무지출로, 사회보장제도·메디케어(노령층 의료지원)·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지원)·빈곤층 지원·정부부채 이자비용 등이 해당한다. 전체적인 예산안은 5월께 추가로 제시될 예정이다.

◇ 국방예산 '껑충'…국토안보도 증액

가장 큰 폭으로 증액되는 분야는 국방이다.

국방예산 자동삭감 제도(시퀘스터)를 폐지하는 방식으로 기존 국방비 상한보다 10%(540억 달러) 늘어나 약 6천억 달러로 확대된다.

AP통신은 미·소 냉전 시절인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이후로 최대폭 증액이라고 전했다.

국토안보 예산도 6.8%인 28억 달러 증액된다. 이 가운데 대부분인 26억 달러는 불법이민 차단을 위한 '미·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에 사용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에 건설비용을 부담시키겠다는 입장이지만, 멕시코 측이 강력히 반발하는 상황에서 우선은 연방정부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핵안전보안국(NNSA) 예산은 11.3%인 14억 달러, 퇴역군인 보훈 예산은 5.9%인 44억 달러 증액된다.


◇ 환경·외교 30% 안팎 '칼질'

직격탄을 맞은 분야는 환경과 외교다.

환경보호청(EPA) 예산은 82억 달러에서 57억 달러로 약 26억 달러, 31% 줄어든다. 40년 만에 가장 적은 금액이다.

이는 각종 환경규제에 반대해온 스콧 프룻 EPA 청장이 백악관에 요구한 규모(70억 달러)보다도 적은 규모다.

예산이 쪼그라들면서 EPA 공무원 3천200명이 감원되고, 50여 개 환경 프로그램이 폐지될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망했다.

국무부와 국무부 산하 국제개발처(USAID)의 대외원조 예산은 100억 달러, 28% 삭감된다.

애초 트럼프 대통령은 국무부 예산을 최대 37% 삭감할 계획이었으나, 의회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권고를 고려해 삭감 폭을 다소 줄였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 중앙부처 15곳 중 12곳 '칼질'…과학·예술인 지원도 타격

나머지 분야의 예산들도 10∼20% 안팎 줄줄이 삭감된다.

국방비 증액분을 메우기 위해 전체 15개 가운데 12개 부처의 예산을 희생하는 구조다.

노동부는 20%인 25억 달러, 농업부는 21%인 47억 달러, 교통부는 13%인 24억 달러, 상무부는 16%인 150억 달러 각각 깎였다.

기후변화 대응을 비롯한 해양·기상 연구 예산도 적잖은 타격을 받게 된다.

예술기금(NEA), 인문학기금(NEH) 등 문화예술계 지원도 대폭 줄어든다.

공영라디오 NPR과 공영TV PBS에 대한 자금지원을 담당하는 공영방송공사(CPB) 예산도 삭감될 처지에 놓였다. 주거, 빈곤퇴치 프로그램 분야도 대폭 삭감했다.

WP는 "예술과 과학 분야, 저소득층이 직접적인 타깃이 됐다"고 지적했다.


◇ 공화당 내부서도 반발…의회 '험로'

미 언론들은 이번 예산안이 의회에서 상당한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에서도 부정적 기류가 적지 않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행정부가 제안한 국무부 예산 삭감안에 동의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로브 포트먼(공화당·오하이오) 상원의원을 비롯한 공화당 일각에서는 오대호 복원 프로그램을 축소에 반대하고 있다.

이슬람 급진 무상세력인 이슬람국가(IS) 격퇴를 명분으로 내세운 국방예산 증액도 모호하다고 WP는 지적했다. 육·해·공, 해병대를 아울러 무기를 보강하는 계획을 포괄적으로 내세웠지만, 구체적으로 IS 격퇴에 어떻게 활용될지에 대해선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마크 루비오(공화당·플로리다) 상원의원도 "트럼프 행정부의 제안대로 예산이 짜이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는 권고할 뿐 예산은 의회가 짠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행정부가 예산안을 편성하고 국회가 심의·의결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에서는 의회가 편성부터 의결까지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한다.

지금처럼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부정적 기류가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표 예산안이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의미다.

j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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