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말 창립기념일 이전 선거 추진…투표 반영비율, 후보 연령제한 등으로 '팽팽'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최경희(구속기소) 전 총장 사임 이후 사상 초유의 '총장 궐위 사태'를 겪는 이화여대가 17일 총장 공석 150일째를 맞았다.
1886년 개교한 이대 130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총장이 임기 도중 불명예 퇴진한 데 이어 수장이 없는 상황이 기약 없이 이어지고 있다.
학생, 직원, 교수, 동문 등 학교 운영에 이해관계가 있는 주체들이 2월 '제16대 총장 후보 선출 4자 협의체'를 꾸려 지금까지 아홉 차례에 걸친 회의를 열었지만,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19일 최 전 총장이 '정유라 특혜'와 관련해 물러난 후 학교를 이끄는 송덕수 총장 직무대행은 14일 서울 서대문구 교내에서 열린 4자 협의체 제9차 회의에 참가했다. 송 대행의 참가는 1차 회의 이후 처음이었다.
학교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송 대행은 회의에서 "8차 회의 정도면 가닥이 잡힐 것으로 예상했으나 9차 회의까지 진전을 보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4자 협의체를 구성한 것은 학교와 법인이 큰 차원의 결단이므로 반드시 총장을 새로 내야 한다"며 "총장 임명이 늦어질수록 외부의 영향을 받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대는 총장 궐위 시 2개월 안에 총장을 새로 뽑도록 규정하고 있다. 총장 공석 사태는 이 시한을 넘긴 지 오래다.
송 대행도 "궐위 사태가 5개월째 이르고 있다"며 "내년 대학구조개혁평가는 물론 앞으로 대학입시 등을 고려하면 늦어도 5월 안에는 새 총장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 탄핵이 10일에 있었고 앞으로 60일 이내에 대통령 선거를 진행한다"며 "국가의 선거보다 더 늦어지는 것은 설득력을 얻기 어려우므로 대선일 무렵에 선거해야 좋을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화여대 한 고위 관계자는 "'5월 내 선출'에는 학교 창립기념일(5월 31일)에는 새 총장이 행사를 주관하시면 좋겠다는 의미도 있다"며 "어떻게든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총장 선출을 바란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대 이사회는 2월 8일 교수, 직원, 학생, 동문 측에 공문을 보내 총장 선출 규정과 관련한 주요 쟁점을 재논의하라고 제안했다.
총장 선출에 막강한 권한을 지닌 이사회가 이런 '양보'를 한 것은 최 전 총장 재임 시기 학내 불통과 비민주적 리더십으로 불거진 문제점을 최소화하고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데도 여전히 차기 총장 선출이 지지부진한 것은 각 주체의 투표 반영비율, 후보자 연령제한 등 두 가지 문제에서 견해차가 크기 때문이다.
이대 교수평의회는 1월 투표 반영비율을 100(교수):10(직원):5(학생)로 해야 한다고 이사회에 권고했지만, 이사회는 이를 수용하는 대신 비율을 100(교수):12(직원):6(학생):3(동문)으로 정했다.
그러나 학생 측은 동문을 제외하고 교수, 직원, 학생이 1:1:1의 동등한 비율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구성원 의사가 동일하게 반영된 총장이 학내 구성원을 두루 살필 수 있다는 논리다.
4자 협의체는 다른 대학 사례를 연구하는 등 반영비율을 어떻게 할 것인지 연구·토론 중이지만 아직 결론에 이르지는 못했다. 학생과 직원의 비중을 높이는 것에 교수 사회의 거부감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원래 있었던 규정인 후보자 연령제한을 놓고도 갑론을박이 첨예하다. 이대는 총장 후보자가 4년 임기 안에 65세 정년에 도달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이 차기 선거에도 적용되면 지난해 학생들의 본관 점거 농성 당시 학생 측 입장을 지지한 특정 교수의 출마가 불가능해진다는 것이 연령제한 폐지 주장의 핵심이다.
한 이대 교수는 "협의체 회의는 처음부터 줄곧 팽팽한 분위기"라며 협의 도출이 쉽지 않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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