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장미 대선'…쏟아지는 여론조사 어떻게 읽을까

입력 2017-03-17 08:59   수정 2017-03-17 11:34

막오른 '장미 대선'…쏟아지는 여론조사 어떻게 읽을까

표본추출·조사방법·시기에 따라 조사결과 달라져

기술적 보완·심층적 해석으로 정확성 한계 극복해야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여론조사는 범국민적 오락이다"

우리나라 대표 정치·사회비평가 중 한 명인 강준만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2007년 한 언론사의 칼럼을 통해 밝힌 여론조사에 대한 정의다.

쏠림, 편승 경향이 심한 우리나라 정치문화의 특성상 여론조사가 여론의 흐름을 제대로 읽어내기 어렵고 흥미만 자극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투표를 통해 공직자를 선출하는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누가 국민의 대표가 되느냐'는 중요한 문제다. 이와 관련한 선거 여론조사에도 전 국민의 눈이 쏠릴 수밖에 없다.

'장미 대선'이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서 여론조사의 오남용이 자칫 유권자들의 합리적 선택을 방해할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다시 등장하는 것도 여론조사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점을 방증한다.

전문가들은 여론조사에 대한 이런 혹평이 새로운 주장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그럼에도 여론의 흐름을 읽을 방법은 아직까지 여론조사 외에 대체재를 찾지 못한 상태다. 성급한 폐지론보다는 국민이 '여론조사 제대로 읽는 법'을 익히는게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 여론조사 결과 그때그때 다르다?…표본 추출·조사 시기 따라 '천차만별'

여론조사 무용론의 대표적인 근거는 '표본 추출'의 부정확성이다.

통계 조사의 기본은 모집단을 대표할 수 있는 표본을 제대로 추출했느냐의 싸움인데 대략 1천 명을 대상으로 하는 현재 선거 여론조사 표본은 대표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기사 뒤에 형식적으로 붙는 '오차범위'도 여론조사의 신뢰성의 발목을 잡는 요인 중 하나다.

A 후보자의 지지율이 20%라고 할 때 오차범위가 95% 신뢰 수준에서 ±3%p라면, 이는 100번의 여론조사 중 95번은 해당 후보자의 지지율이 17%∼23%로 나온다는 의미다. 따라서 B 후보의 지지율이 17%라면 지지율 1, 2위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선거 방식의 특성상 여론조사 예측이 잘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후보의 득표율은 48.3%로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의 득표율(46.2%)을 앞섰지만, 최종 승리는 트럼프 후보가 거머쥐었다.

전체 표차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주별 선거인단 독식 제로 진행되는 일종의 '간접 선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 총선 지역구도 200개가 넘어 그 결과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또 여론은 조사주체가 누구고 시점이 언제냐에 따라 다르게 읽힐 수 있다.

여론조사는 대부분 특정 언론사가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시행한다.

여론조사 전화를 받은 응답자가 조사주체가 누구인지 듣고, 자신이 선호하는 언론사가 아니라면 전화를 그냥 끊어버리거나 성실하게 대답을 하지 않을 수 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여론조사 결과는 조사 시점이 주말·주중인지, 하루 중 언제 설문 조사를 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며 "조사방법도 중요한데 구두 응답의 경우 응답자 주변에 다른 사람이 있으면 솔직하게 대답을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여론조사는 보조도구…선거 흐름·추세만 봐야"

전문가들은 여론조사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서 여론조사기관이 표본의 정확성을 높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선거법 개정으로 지난 13일부터 정당뿐 아니라 여론조사기관도 활용할 수 있는 '안심번호제'는 최근 조사 표본의 정확성을 높이는 방안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안심번호란 휴대전화 사용자의 개인정보가 드러나지 않도록 이동통신사업자가 임의로 부여하는 일회용 전화번호를 말한다. 이통사가 중앙선관위에 고객의 성별, 연령 등을 고려해 여론조사의 표본의 개인별 전화번호를 안심번호로 전환해 넘기면 여론조사 기관이 이를 활용하는 것이다. 안심 번호는 여론조사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기술적 보완과 더불어 여론조사를 보다 유연하게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예측이 맞느냐, 안 맞느냐'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국민이 선거의 흐름과 추세를 읽는 보조적 도구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특정 후보가 지지율 20%를 넘으면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경쟁력이 생겼다고 여론을 읽는다.

40%가 되면 이른바 '대세론'이 형성됐다고 해석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도 각각 2007년, 2012년 대선에서 40%대 지지율을 유지하며 최종적으로 승리했다.

언론사들이 여론조사 결과를 네이버나 구글 트렌드 분석 시스템과 같이 또 다른 여론 해석의 도구와 함께 사용하거나 민심을 읽는 해석용 기사에 녹여내는 것도 여론조사 무용론을 극복하는 방법이다.

정일권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지난달 28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선 여론조사 보도의 새로운 방향 제시' 세미나에서 여론조사를 활용해 시민들이 정치적으로 중요한 사안을 활발하게 토론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단순한 지지율 나열과 당락 예측 중심의 여론조사 기사에서 벗어나 지지율 변화를 보인 후보자의 공약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실현 가능성은 있는지, 그 공약이 어떤 유권자를 움직였는지 등을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ujin5@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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