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언론 상대 브리핑…"자위권 차원서 핵전력 지속 강화할 것"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 주재 북한 대사가 16일(현지시간)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국 배치가 한반도 상황을 극한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비난하며 자위적 차원에서 핵전력을 지속해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김형준 모스크바 주재 북한 대사는 이날 오후 현지 언론을 상대로 한 브리핑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주러 북한 대사의 브리핑은 이날 중국 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가 기자회견을 열고 사드 배치와 한·미 연합훈련 등을 강도 높게 비난한 데 뒤이은 것이다.
김 대사는 "사드 체계의 남조선 배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목적에서 출발하고 있다"면서 "사드는 우리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를 더 겨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드 배치가 역내 전략적 균형을 훼손하고 한반도 상황을 극한으로 몰고 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드 배치가 남북한 간의 문제를 벗어나 동북아 지역의 전략 균형과 연관된 문제임을 강조하면서 같은 주장을 펴온 중국과 러시아를 사드 대응에 끌어들이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발언이었다.
김 대사는 이어 "우리는 미국에 의해 고조되고 있는 핵전쟁 위험을 뿌리부터 제거하기 위해 전략적 핵전력을 중추로 한 자체 억제력을 지속해서 강화해 나갈 것"이라면서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등을 포함한 우리의 조치는 자위권의 표현이며 핵 위협에 대한 실제적 대응조치이자 주권국가의 합법적 권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격적인 한·미 연합훈련, 미국과 다른 적대세력의 위협과 협박은 우리가 핵 개발을 선언하기 오래전부터 계속됐다"면서 "북조선은 공격자들과 도발자들을 가차 없이 쓸어버릴 핵능력을 양적, 질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비난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들을 배격하며 이를 불법으로 간주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김 대사의 브리핑은 현지 시간 오후 4시 30분부터 약 30분 동안 진행됐으며 질의·응답은 없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브리핑에는 리아노보스티 통신, 인테르팍스 통신을 비롯해 3~4곳의 러시아 언론사만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와 중국 주재 북한 외교 공관의 잇따른 언론 홍보전은 강도 높은 한·미 연합훈련과 사드 배치 등의 군사적 압박과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일본, 한국, 중국 연쇄 방문과 같은 외교적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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