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의장 겸 창업자와 김상헌 대표 퇴장
국내 IT업계서 이례적으로 외부인사가 이사회 의장 맡아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가 17일 주주총회를 열고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교체한다. 1999년 회사 창립 이래 가장 큰 경영진 개편이다.
지금껏 네이버 이사회 의장을 맡아온 이해진 창업자가 의장직을 외부인사인 변대규 휴맥스홀딩스[028080] 회장에게 넘긴다.
또 8년간 네이버를 이끈 김상헌 대표가 물러나고 한성숙 신임 대표가 취임한다.
네이버는 17일 오전 10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본사에서 주주총회를 열어 변대규 회장과 한성숙 대표 내정자를 신임 이사로 뽑는 안을 의결한다.
주주총회 직후 네이버 이사회는 회의를 열어 한 내정자를 새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신임 의장도 뽑을 예정이다. 이변이 없는 한 변 회장이 의장으로 선출된다는 것이 네이버 안팎의 관측이다.
변 회장은 셋톱박스 분야의 세계 정상급 기업인 휴맥스[115160]를 키운 '한국 벤처 신화의 1세대'로, 서울대 공대 박사 출신의 이공계 기업인이다.
국내 정보기술(IT)업계에서는 창업자나 개인 최대주주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경우가 많으며, 외부인사가 이사회 의장이 되는 네이버의 경우는 이례적이다. 카카오·엔씨소프트·넷마블게임즈는 창업자가 이사회 의장직을 맡고 있다.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회의를 주재하고 사내 이견을 조율하는 '상징적 대표'로서 의결권은 다른 이사와 마찬가지다.
IT업계에서는 네이버가 변 회장이 국외 시장과 신기술에 관해 깊은 식견을 지녔고 온화한 인품 덕에 벤처 업계에서 평판이 좋다는 사실 때문에 의장으로 영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해진 창업자는 이사직만 유지하면서 유럽에서 스타트업 투자에 나서는 등 국외 신사업 발굴에 전념할 예정이다.
김상헌 대표는 이번 주주총회를 끝으로 경영 일선에서 퇴진해 네이버 고문으로서 경영자문만 하게 된다.
네이버의 수뇌부 교체는 사주 편법 승계나 경영권 독식 등 병폐로 질타받는 우리나라 상당수 대기업들의 모습과는 전혀 달라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네이버의 포털업계 맞수인 다음을 창업했던 이재웅씨는 이번 네이버 이사회 개편 소식에 대해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서 "한국경제의 새로운 모범"이라고 호평한 바 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변 의장이 취임하며 셋톱박스 등 IT 하드웨어 사업을 하는 휴맥스와 네이버 사이에 사업 제휴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돌았으나, 네이버 측은 이를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네이버의 최대 주주는 국민연금공단으로 작년 9월 말 기준으로 11.27%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2·3대 주주는 모두 외국계 기관투자자로 지분율이 각각 5.27%, 5.03%다. 이해진 창업자의 지분율은 4%대로 알려졌다.
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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